말 그대로 새의 생명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유정란의 발생 과정을 관찰하는 과학 수업을 위해 달걀을 부화기 안에 넣어 두었다가
덜컥,
알이 부화해 버렸습니다.
마눌님의 이 얘기를 들은 둘째는 좋다꾸나 하면서 자기가 키우겠다고 나섰고,
부모에게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아프거나 죽는 모습 보는 게 무서워서
애완 동물을 키우지도 않고
애완이라는 말도 싫어했는데,
둘째가 곤충학자가 되겠다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나설 때에도
못 이겨 허락을 한다는 것이
기껏 개미나 장수풍뎅이나 그런 몇몇에 불과했는데,
그나마 아프거나 죽는 것에 덜 공감이 간다는 점 때문에
그런 것이었는데,
병아리라니.....
데려와서 일찍 죽어도 문제이고
자꾸자꾸 커져 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일은 진행이 되어 버리고
둘째 아이 포함해서 다섯 명의 또래 아이들
주말 문화 체험 활동 준비해 주느라 학교에 가서 점심 먹이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는 병아리 소리 울리는 마눌님의 전화를 받았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마눌님이 이촌동 국립박물관으로 데리고 가고
나는 병아리님 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들어오면서 큰 박스를 구해
바닥을 깔고
모이통, 물통을 찾아 보고
종이 가방에 담겨서 응가도 보시고 하던 병아리님들을
새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오랜 만에 뭘 키우는 상황이라
인터넷을 검색하고는 그만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 신참 병아리님들은 온도에 민감합니다.
따뜻하게 해 주지 않으면 설사에 걸려서 팍 죽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이 신참 병아리님들은 먹이에 민감합니다.
갓 태어났을 때에는 병아리 먹이(아- 그런 것도 있더군요)와
계란 삶은 것을 갈아 먹여 줘야 한답니다.
'계란 삶은 것!'
이런 글이 한두 개가 아니라 설마, 설마 하면서도
아니라고 부정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병아리에게 계란을 먹인다라...
물론 계란은 무정란이니까.... 다르다.... 할 수 있겠지만,
느낌은 그렇지 않습니다.
삶은 계란은 그만 두고
부엌에서 밀과 보리 등을 찾아
커피 그라인더를 사용해 약간 거칠 정도로 갈아 놓았습니다.
그런 다음 물에 풀어 불리고
설탕물을 만들어 병아리님들의 집에 놓아 둡니다.
잘 먹지를 않아 한참 고생을 하다가
드디어 잘 먹습니다.
....... 먹는데, 먹고는 바로 설사를 합니다.
아, 이것도 고민입니다.
설사는 매우 안 좋은 징조인데...
방학이 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정리 못한 것도 많고
그 뒤로 새로운 일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오늘은 병아리님들이 온통 신경을 빼앗고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용으로 대여한 로지텍 퀵캠(QuickCam)을
병아리님 집에 장착하여
첨단 원격 의료 시스템을 갖추어 놓습니다.
동영상도 보실 수 있어요.
(201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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