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나라의 경계들에서
유랑하는 품사들이 사라지거나 명사로 바뀌는
언어의 주술이 목격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가르치다는 교육이 되고
알다는 지식이 된다
보다는 경험이 되고
느끼다는 감각이 된다
하다와 되다는 이름 없이 사물들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힘들게 살아남아
지배자들이 어떻게 지배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한다
주문은 매번 짧고 빨랐다
무슨 말인지는 너무도 분명히 들렸으나
뜻을 아는 이는 없었다
깃발을 든 명사들이 소나기처럼 몰아쳐 다녔다
모호한 것들은 단죄되고 목이 베어져
아직 빛 들지 않은 그늘에 버려졌다
아직 죽지 않은 몇몇 알다 보다 느끼다
하다 되다 있다 같은
동사들이 응달에서 다리를 잃고 딱딱하게
굳어 가고 있었다
(201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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