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 아이 돌아보았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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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둘이서, 이 기쁨, 떠나는 우리 님

이상하게 어설픈 듯, 단순한 듯, 지루한 듯, 이상하게 첨단의, 계산되어 있는, 놀라운, 1978년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산울림 2집)는 세계는 커녕 한국의 현실도 제대로 알 리 없는 내 중학 시절 인생에 개입한 산울림의 곡이다. 밴드를 하고 있던 진외종숙에게 기타를 배우면서 미국 팝들에 물들고 있었던 나에게 라디오와 악보는 서로 다른 시기를 동시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매개였다. 라디오 방송이 들려주는 동시대적인 노래들이 정말 같은 해의 유행곡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한두 해 이내의 곡들이었으리라. 하지만 라디오 음악보다 더 친숙했던 것은 기타로 튕겨보는 악보의 곡들이었다. 이 곡들은 악보책이나 악보 클립들의 상품 시장 여건으로 인해 단순하고 짧은 곡을 담을 수밖에 없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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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 내 어린 시절을 통틀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

The Twilight Zone이다. 채널 2번 미군 방송(AFKN)을 통해 매주 목요일 심야 프로로 보았던 이 프로그램은 원래는 1959년에 첫방을 한 연속물로 내가 방송을 보았던 70년대 중반에는 미군 방송에서 한참 재방송 중이었다. 그 전까지 19세기적 공상 소설에 빠져 있던 나는 비로소 과학적 외피가 둘러진, 개중에는 과학적 논리가 바탕을 이룬, 그리고 아주 가끔은 과학의 빈틈을 노린 이런 저런 상황들을 생생하게 보게 되었고 쥘 베른은 저리 가라, 허버트 조지 웰스도 이제 그만이다, 하고는 주중 심야인데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구박을 꿋꿋이 물리치고 시청을 했다. 놀라운 일은 그 몰입의 기억에서는 흑백 화면은 총천연색으로 보이고 말소리도 한국어로 들렸다. 아마도 기껏 4학년이었을 그때 내 상상이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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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존, 조. 영어식 이름의 한 기원

지난 해 돌아가신 아버지는 은퇴 전에는 목사이셨다. 32년인가 목회 활동을 하셨는데, 그중 절반 이상 병중에 계셨다. 그래도 젊은 시절에는 매우 활달하셔서 일에 대한 욕심도 크고 타지로 다니시기도 꽤 하셨더랬다. 해외 선교도 자주 나가셨는데, 그 당시 선교사를 지원 받는 처지에 있던 한국의 상황에서 외국으로 선교를 나간다는 건 어린 나이에도 좀 이상하게 여겨졌다. 나중에 생각하기로, 그건 아버지의 자기 성취욕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봉사하는 교회의 규모는 내가 대학생이 되면서 집을 벗어나기까지의 20년 가까이 별로 바뀐 게 없었다. 게다가 이미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기독교의 부흥기에 동료 목회자들의 교회는 준대형이나 대형 교회로 커 가고 있었다. 그 시절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다른 방향으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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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구상 시인을 추모하며(스크랩)

아래 글은 2004년 5월 18일에 리테두넷(litedu.net)에 올린 글입니다. 플랫폼 변경으로 이곳으로 옮겨 둡니다. 구상 시인을 추모하며 2004-05-18 07:41:06 (이 사진은 당시의 모습이 아니다. 80년대 후반 '공간 사랑'의 시낭송회에서, 박희진 시인의 홈페이지에서 인용) 문학 소년은 문학 청년으로 크다가 시인으로 장성하지 못했다. 하긴, 그 시절 같은 또래로 함께 습작하던 친구들이 모두 그러했으므로 그리 유감스러운 일도 아니다. 재능이 없다고 되물린 이런 저런 취향들마냥 내게 시를 쓰는 일은 재능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떤 사건들은 적어도 문학 청년으로는 좋은 계기였다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일이 그렇듯, 계기는 우연히, 멀고 먼 우회를 거쳐, 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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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나, 헛 산 건 아닐까?

아래 글은 캐나다 방문교수를 가 있던 2003년 9월에 서신 삼아 리테두넷(litedu.net)에 남겨두었던 글을 플랫폼 변경으로 인해 이곳으로 옮겨 둔 것입니다. 밴쿠버는 습기가 많은 도시입니다.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긴 이곳을 오기 전부터 여러 사람이 여름을 지내고 나면 비로소 비와 더불어 살 거라고 얘기해 주었는데, 실감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늘상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고, 안개와 비와 진눈깨비가 이틀이 멀다하고 이 가을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이곳 밴쿠버는 감성적인 도시라고 합니다. 아침의 깊고 푸른 바다를 스텐리 공원을 배경으로 바라볼 때면, 한낮에 울울창창한 수많은 숲속을 걸을 때면(4시면 벌써 퇴근들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이곳 사람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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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긴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긴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러고도 또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일정 속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십여 일 이상 들르지 못했습니다. 노인성 증세로 요양 병원에 계신 아버지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실 겁니다. 사실 일 년 전까지는 아버지를 찾아뵙지 않는 일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냈습니다. 오랜 갈등으로 서로 서먹해진 까닭도 있었지만 아버지처럼 되지는 않을까 무섭기도 했습니다. 찾아뵙지 않는 동안 서서히 몸은 무너지고 누워만 계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늦게 깨우치고 두렵고 서글프고 답답한 심정 속에 아버지를 요양 병원으로 모신 것이 삼 개월째입니다. 말을 잘 하지 못하시게 되자 비로소 화해를 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애당초 화해하거나 갈등할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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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지난 날

꿈과 기억, 녹번동, 국민학교 첫 사랑을 위한 앨범, 기쁨, 슬픔, 무모한 것들, 동방서적, 도피 기쁨을 주는 이념, 가두시, 야학에서 만난 서산 아이, 졸업, 전교조, 결혼, 네 분의 선생님, 석사 학위 논문, 국어교육연구소, 시팀이라는 이름, 어머니와 딸, 정서, 근대시, 성실함과 유능함, 시험 출제로부터 배운 것, 농성, 집착과 용기, 사회적 활동의 의미, 집착과 게으름, 되돌아보기, (2009.9)

misterious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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