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대한 풀이들을 본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목록의 상단에 올라오는 풀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풀이들이 가리키는 부분은 매우 국소적이다. 예를 들어 '~습니다'에 밑줄 쫙. 대상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냄. 이런 식이다. 여기에는 '-습니다/-ㅂ니다'에 대한 문법적 정보 이상이 담겨 있지 않다. 이것이 작품에 대한 어떤 이해의 도움이 된다는 걸까? 물론 작품 이해를 위해서는 상향식이든 하향식이든 먼저 해독이 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밑줄의 각별함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경우 왜 하필이면 이 어휘들에 밑줄일까, 이 정도면 작품의 모든 어휘들 밑에 밑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동반되기도 한다. 잉여적 지식이라도 작품 이해에 방해만 안 된다면 없는 것보..
무조건 솔직하고 있는 대로만 말해야 몸과 마음의 진정성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념적 순수성을 교조와 혼동하면 안 된다. 표리부동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의지가 없는 것이고 그것을 유연한 것이라 여기면 부도덕한 것이라지만 레토릭으로 삼는다면 지혜로운 것이다. 김제동과 주진우가 뉴스펀딩을 한다고 해서 이건 참 재미 있게 무겁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새삼 무얼 소재로? 하던 차에 '티저' 나온 것을 보고 피식! 일부 받아쓰기 언론 기사들 보고서 다시 피식! 속칭 '삐끼'들이 티저로부터 소환되었다. 관객몰이는 순전히 일부 받아쓰기 언론 덕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모르겠다. 댓글 인기 투표로 그때그때 주제를 정한다니.... 허나 본편에서도 이게 전략일 듯싶다,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
안과 검진을 하고 나서 의사 선생님은 시신경이 많이 상했다고,녹내장 검사를 받아 보라고 진단을 내리셨다.이크..... 드디어 올 게 왔다는 겐가? 검사 예약을 잡고 검사를 받는다. 덕분에 녹내장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녹내장 녹사를 맡은 나이 지긋한 원장님은 건안을 조금 하더니 아, 안 좋은데.....이러시는 거다. 젠장, 그렇지 않아도 무지 신경 쓰이는데.... 본격적인 검사는 '흠흠', '흠흠', '아-', '흠, 흠' 이렇게 지나갔고이윽고 말씀을 하셨다.녹내장은 아직 아니고그런데 아니라고도 할 수 없고그러니까 녹내장이 시작되었다고 볼 만한 단서도 좀 있는데안압도 정상이고 신경도 정상이고녹내장이라고 말할 객관적인 근거는 없어요.녹내장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 치료할 것도 없고오늘은 그냥 가세요.그런데 ..
아래 글은 2006년 7월 3일에 리테두넷(litedu.net)에 썼던 것입니다. 플랫폼 변경으로 이곳으로 옮겨 둡니다. 지난 5월에는 저의 제자들이 교육실습을 다녀왔습니다. 교육실습이라는 제도가 교사가 되기 위한 사범대학생(과 교직과정 이수 중인 예비교사들)이 교육 현장의 실제 교육 상황을 이해하고, 배운 바 교육 이론들을 적용해 보며,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실무적으로 익히는 교육과정으로서 의미가 있기에, 저도 몇 가지 부가적인 과제들을 내 주었더랬습니다. 그 중 하나가 '문학교사는 존재하는가?' 하는 과제였습니다. 문학교사는 존재할까요? 이 질문을 제가 왜 던졌을까요? 우리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칩니다. '문학적인 것'을 가르치는 것인지, '문학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인지, 혹은 '문학 행위..
아래 글은 2005년 8월 14일에 리테두넷(litedu.net)에 올린 글입니다. 플랫폼 변경으로 이곳으로 옮겨 둡니다. 벼르고 벼르고 벼르면서도 계속 그러고만 있었는데, 반디앤루니스에 들렀다가 반짝반짝 눈에 띈 김에 사고 말았습니다. Robert Sabuda라는 아주 뛰어난 팝업북 창작가에 의해 다시 태어난 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lice's Advantures in Wonderland)'. 책도 읽었고, 영화도 봤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봤지만, 팝업북은 느낌이 또 다르고 참 오묘하기까지 합니다. 책장을 열 때마다 튀어나오고 솟아오르고 펼쳐지고 움직이는 그림들이 상상을 제한할 것 같은데, 오히려 풍부해지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잘 만들어야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요?..
아래 글은 캐나다 방문교수를 가 있던 2003년 9월에 서신 삼아 리테두넷(litedu.net)에 남겨두었던 글을 플랫폼 변경으로 인해 이곳으로 옮겨 둔 것입니다. 밴쿠버는 습기가 많은 도시입니다.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긴 이곳을 오기 전부터 여러 사람이 여름을 지내고 나면 비로소 비와 더불어 살 거라고 얘기해 주었는데, 실감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늘상 내 옆자리를 지키고 있고, 안개와 비와 진눈깨비가 이틀이 멀다하고 이 가을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이곳 밴쿠버는 감성적인 도시라고 합니다. 아침의 깊고 푸른 바다를 스텐리 공원을 배경으로 바라볼 때면, 한낮에 울울창창한 수많은 숲속을 걸을 때면(4시면 벌써 퇴근들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이곳 사람들은 ..
민주화 운동의 많은 선배들 중에 님은 초지일관한 많지 않은 선배 중 한 분이셨습니다. 고맙고 그립습니다. 고맙고 그립습니다. 고맙고 그립습니다. 당신을 한 번도 곁에서 본 적이 없었지만 고맙고 그립습니다. 제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80년대는 일찍이 강물처럼 흘러보냈지만 돌아서니 아직도 80년대입니다. 돌아서니 아직도 제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여기에 제가 없었습니다. 고운 모습 그대로 평안 속에 잠드시기를 바랍니다. 고맙고 또 그립습니다. (2011.12.30)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진행한 임용시험 개선 방안(과제명 : ‘교사 신규채용제도 개선방안 )에서 교육학 과목 폐지가 제안되었다고 한다.(2011.12.29일자 보도 참조) 이 연구의 책임자가 교육학 전공 교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냥 교육학 시험 하나가 없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래서 예상을 해 보면..... 1. 교직 과목이 강화되며 상대 평가 결과에 따라 실질적인 과락 효과를 노릴 수 있다. --> 교육학과의 발언권이 커진다. (평가 내실화를 이유로) 신규 교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 학생들로서는 교직 과목 학점 관리가 매우 어려워진다. 2. 전공 과목에서 교과교육학 중요성이 커진다. --> 하지만 실제 적용 능력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교과교육 문항 제작에 교육 평가뿐 아니..
외장 기억에 대한 글을 쓴 지 10년쯤 되었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운전 중(이라고 했지만 정차 상태에서) 찍었던 것들에 태그를 붙여 저장하던 중 두 장을 뽑아 게시하였다. 갑자기 이 사진들이 내 기억의 어떠 부분을 호출하는지 궁금해졌다. 회상일까? 싶어 기억을 더듬다 보니, 정작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재인(recognition)이다. 그러면 기억이 생생한 사진은 어떠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 모호한 구분의 지점이 조금만 선명해지면 회상은 사진에서 오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른다. 시각은 감성보다는 이성을 자극하는 게 맞다는.....
'짜장면'이 표준어로 새로 등록되었다. 이로써 내 '국어교육론' 강의안은 수정할 필요가 또 생겼다. 할 말은 더 풍부해졌다. '짜장면'의 사례는, 규범과 현실성의 조율, 규범을 지키던 사람들의 인지 갈등, 규범을 지키지 않던 사람들의 오도된 인식, 유명무실해질 기존 규범의 처리 등등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이 각각에 대해 시간이 나는 대로 정리를 해 볼까 한다. 1. 규범과 현실성 2. 인지 갈등 3. 규범에 대한 오도된 인식 4. 무력해진 기존 규범의 처리 아래는 국립국어원(http://www.korean.go.kr/)의 '국어원 소식'에 올라온 보도 협조 내용 -------------------------------------------------------- ‘짜장면’ 등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