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페이지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상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 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로움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결합된 계절 위에 나는 어늬 이름을 쓴다 누더기가 된 하늘의 옷자락 위에 태양이 곰팡 슬은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방앗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 내린다 내 마음 속에 깊이 아로 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에 이어옴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면 우리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살이 저렇듯이 천천히 흘러 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사랑은 흘러 간다 이 물결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쩌면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한가 희망이란 왜 이렇게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Le pont Mirabe..
"내 사랑아" 너는 말했다. "내 사랑아" 나는 말했다. "눈이 온다" 너는 말했다. "눈이 온다" 나는 말했다. "좀더, 좀더" 너는 말했다. "좀더, 좀더" 나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너는 말했다. "이렇게, 이렇게" 나는 말했다. 그런 뒤, 너는 말했다. "난 네가 참 좋아" 그리고 나는 말했다. "난 네가 더 좋아" "여름은 갔어" 너는 말했다. "가을이 왔어" 나는 답했다. 그리고 난 뒤 우리의 말은 처음처럼 비슷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너는 말했다. "사랑아, 네가 좋아." 해맑고 숭고한 가을날의 화려한 저녁빛을 받으며 그 말에 나는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렴" - 어쩌면 나르시소스의 독백처럼, 어쩌면 이미 잃어버린 님을 안타깝게 붙잡고 있는 심정을 그려낸 것일지도 모른다.
이리 오너라, 내 귀여운 나비야, 사랑하는 이 내 가슴에 발톱일랑 감추고 금속과 마노가 뒤섞인 아름다운 내 눈 속에 나를 푹 파묻게 해 다오. 너의 머리와 부드러운 등을 내 손가락으로 한가로이 어루만질 때에 전율하는 너의 몸을 만지는 즐거움에 내 손이 도취할 때에 나는 내 마음속의 아내를 그려보네. 그녀의 눈매는 사랑스런 짐승 너의 눈처럼 아늑하고 차가워 투창처럼 자르고 뚫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미묘한 숨소리, 변덕스런 향기 그 갈색 육체를 감도는구나. Le Chat - Charles Baudelaire Viens, mon beau chat, sur mon coeur amoureux; Retiens les griffes de ta patte, Et laisse-moi plonger dans tes bea..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난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감돌아간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도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비숫했지만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로 미루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아 선장이여, 나의 선장이여! 우리의 무서운 항해는 끝났습니다. 배는 갖은 난관을 뚫고, 우리가 추구했던 바를 쟁취했습니다. 항구는 가까워 지고 종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옵니다. 사람들은 든든한 선체에 눈길을 모읍니다. 웅장하고 엄숙한 그 배에. 그러나 아, 심장이여! 심장이여! 심장이여! 아, 뚝뚝 떨어지는 붉은 핏 방울이여, 싸늘하게 죽어 누워있는 우리 선장의 쓰러진 갑판 위에. 아, 선장이여! 나의 선장이여! 일어나서 저 종소리를 들으시오. 일어나시라, 깃발은 당신을 위해 펄럭이고 나팔은 당신을 위해 울리고 있어요 꽃다발과 리본으로 장식한 화환도 당신을 위한 것 -당신을 위해 해안에 모여든 많은 사람들. 그들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어요. 동요하는 무리의 진지한 얼굴과 얼굴. 자, 선장이여! ..
나는 공중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재빨리도 날아가는 화살의 그 자취, 누가 그 빠름을 뒤따를 수 있으랴. 나는 공중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 노래는 땅에 떨어져 간 곳이 없었다. 그 누가 날카롭고 강한 눈이 있어 날아가는 그 노래를 따를 것이랴. 세월이 흐른 뒤 참나무 밑둥에 그 화살은 성한 채 꽂혀 있었고, 그 노래는 처음에서 끝 구절까지 친구의 가슴 속에 숨어 있었다. The Arrow and the Song - Henry wadswofth Longfellow I shot an arrow into the air;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For, so swiftly it flew, the sight Could not fol..
한 때엔 그리도 찬란한 빛으로서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돌이킬 길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는 서러워하지 않으며 뒤에 남아서 굳세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없이 가슴에 품어서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어서 죽음도 안광에 철하고 명철한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Splendor in The Grass - William Wordsworth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 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He wishes for the cloths of heaven William Butler Yeats Had I the heaven's emboroidered cloths Enwrough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
검은 A, 흰E, 붉은I, 푸른U, 파란O :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 ; E, 기선과 천막의 순백,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들의 살랑거림. I, 자주 조개글,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임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자으이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의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