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위한 준비/문학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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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자리] 공간의 경계, 김소월,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김소월, 일반적으로 우리가 경험한다고 여기는 공간은 구획되어 있는 장소로 이루어져 있다. 구획됨에 의해 공간은 나뉘고 각 나뉜 공간들은 기능적으로 구분된다. 또한 나뉜 공간들은 나뉘어져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정체성을 공간의 중심에 둔다. 그 정체성의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공간은 구획되는 경계를 갖게 되고 그 경계 내부에 정체성의 거주지를 만드는 것이다. (김소월)에서 '저만치'라는 심리적 거리를 읽어낸 김동리의 해석은 꽤나 설득력 있는 시도였다. 이 어휘가 조성하는 거리감은 닿을 듯하면서도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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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자리] 일상의 아이러니

일상의 아이러니이상, , 박세영, , 이성복, , 기형도, 1 ‘일상(日常)’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혹은 항상 그러함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 딱히 주목할 만한 대상도 없고 그렇게 만드는 눈에 띄는 어떤 것도 없다. 어떤 일도 일어나고 있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그래서 오히려 무상(無常)할 뿐이다. 그런데 문득 빈틈이 하나 보인다. 일상의 빈틈 사이로 일상의 질서를 뒤흔드는 낯선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보았다고 확신하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더 이상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다음 두 가지 반응 중 어느 하나를 택하게 된다. “모든 것이 가짜야, 트루먼. 모든 사람이 너를 알고 있고, 이 모든 게 널 위해 만들어졌지.” - “의사 체험도 꿈도 존재하는 정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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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자리] 이것은 촉각적 이미지입니까?

이것은 촉각적 이미지입니까?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 구두 밑바닥에 /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만 묻어 있다 /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 쑥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 내 귀는 얼어 / 한 소절도 듣지 못한 강물소리를 / 구두 혼자 어떻게 듣고 왔을까 / 구두는 지금 황혼 / 뒤축의 꿈이 몇 번 수습되고 / 지난 가을 터진 가슴의 어둠 새로 / 누군가의 살아있는 오늘의 부끄러운 촉수가 / 싸리 유채 꽃잎처럼 꿈틀댄다 / 고향 텃밭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 구두는 초면 나는 구면 /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온 내게 / 고향은 꽃잎 하나 바람 한 점 꾸려주지 않고 / 영하 속을 흔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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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자리] 이 표현은 역설입니까?

(이 글은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 글입니다. 질문 글은 이 글이 끝나는 부분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 표현은 역설입니까?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 내 가슴 설레느니, //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 내 대답은 '아닙니다'입니다. 이제 그 까닭과 함께 '역설'의 인식적, 표현적 특성에 대해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이 블로그에는 역설에 관한 몇몇 글이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함께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유튜브 콘텐츠는 아니지만, 구독도 권해 드립니다. 나의 노트북 속 조각 문서 파일들로 있던 것들을 공유하기 위해 수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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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비유에 대하여 2-2

2. 표현으로서의 전의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이 오묘한 음상을 활용한 긴장은 완고해 보이고 잘 치장되어 있는 사회 체제일수록 그 완고함이 만들어내는 불안정한 일체성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내적 모순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시행에서 '틈'은 결함, 무질서, 갈등, 의도치 않은 과정의 여지 같은 의미를 함축하는 비유로 사용된다. 우리의 경험 세계에서 틈은 형태의 내외 경계 구분이 분명한 둘 이상의 사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이 진술은 절반쯤은 납득되고 절반쯤은 이상하게 여겨지는 표현이다. 틈, 김기택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도 숨쉬고 돌아다닐 길은 있었던 것이다 길고 가는 한 줄 선 속에 빛을 우겨넣고 버팅겨 허리를 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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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비유에 대하여 2-1

2. 비유의 배경과 원리 경험 세계와 은유적, 환유적 사고 우리가 경험 세계라 부르는 것은 실제로는 일종의 관념 체계이다. 경험 세계는 우리가 경험한 것들의 목록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목록들에는 선별된 개념이나 이름들이 행과 열을 이루고 있다. (라고 쓰지만) 이 목록을 일컫는 말인 카테고리, 달리 말해 범주는 실제로는 정연한 체계가 아니다. 행과 열은 그렇게 잘 정렬되어 있지 않다. 삐뚤삐뚤한 행과 열에, 중간 중간에는 분기되고 통합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행이나 열의 시작과 전개를 두고 벌어지는 쟁투가 어휘들의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혼란스럽게 한다. 물론 단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범주는 서로 연관된 매개를 통해 어떤 것들은 계열로 위계 관계를 맺고 어떤 것들은 범위로 그 설명의 대상을 포괄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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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비유에 대하여 1

1. 프롤로그 : 비유법, 수사법, 그리고 비유 학교 현장에서 곧잘 인용되는 수사법(또는 수사학)의 분류 체계에 따르면, 수사법은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을 하위 범주로 가진다. (수사법을 다룬 어떤 일본 서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는데 사실 출처도 명확하지 않고 어떤 논리와 근거에서 이러한 분류 체계를 취했는지 역시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수사법으로 통칭되는 것들은 대부분 이 용어의 영어 표현인 figure of speech가 나타내는 것처럼 전언의 형태와 연관된 특징적인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강조법이니 변화법이니 부르는 것들은 일반적인 어순을 의도적으로 일탈함으로써 문자적 의미가 드러내지 못하는 새로운(이 경우 참신한, 초점화된, 낯설게 보이게 하는) 의미나 뉘앙스를 갖게 한다.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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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표현양식] 클리셰(cliché)

표현 / 표현 양식 / 대차 표현 / 상상력으로 진부한 표현을 메꾸기 클리셰는 표현의 관습 중 하나로서 흔히 틀에 박힌 표현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표현 층위의 일반적인 요소들에 비해서 구조 층위에 작동하는 기제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표현 양식의 하나로 규정될 수 있다. 클리셰는 표현의 진부함과 고정관념, 지루한 관습성 등을 지칭할 때 많이 사용되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생각하면 클리셰로 인해 작품 전체의 주제나 구성 등에서 불필요한 설정과 기술을 낭비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클리셰에 따라 독자는 상상으로 비어 있는 기술들을 메꾸어 맥락을 구성하며 후경화한다. 따라서 구체화되거나 풍성화되는 것과는 다른 효과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클리셰는 중립적 개념이 될 수 있다. Tropes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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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해] 오독(誤讀, misreading)

오독(誤讀, misreading) : 일반적으로 ‘오독(misreading)’이란 텍스트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어원상 ‘측정용 막대기’를 뜻하는 kanón, 곧 ‘원전(canon)’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해석은 이러한 원전 개념에 따라 오독을 금기시해 왔고, 같은 전통에서 신비평가였던 윔셋과 비어즐리(William Wimsatt and Monroe Beardsley)는 오독의 원인으로 ‘의도의 오류(Intentional Fallacy)’와 ‘감정의 오류(Affective Fallacy)’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나 가다머(Hans-Georg Gadamer), 야우스(Hans Robert Jauss) 등의 현상학적 해석학자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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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상응

수미상응(首尾相應)’ 시의 첫 행, 또는 첫 연과 마지막 행, 또는 마지막 연이 같은 형태를 취할 때 ‘수미상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미상응이라는 용어를 쓸 때에는 단순히 형태상 중첩, 혹은 이러한 중첩으로 인한 형식적 균제미(均齊美)만을 주목해서는 안 된다. 사실 수미상응을 위해서 반드시 형태상의 일치가 전제되는 것은 아니다. 수미상응은 시상의 흐름으로 볼 때에는 선순환적(善循環的)인 가치 발견을 의미한다. 「파랑새」라는 작품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정말 가치 있는 것은 처음 그 자리에 있었더라는 인식이 수미상응을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처음의 진술은 외양을 그리는 데 반해, 나중의 진술은 내면을 이야기하게 되어 있다. 단순한 반복 진술이 아니라는 뜻이다. 수미상응은 대상의 의미 변화만을 뜻하지..

misterious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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