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도 모르고
다만 버스가 도달한 종점
날은 눈부시고
거리엔 사람들이 없었다
잎 무성한 양버즘나무 그늘로 피해
나는 처음으로 너의 얼굴을 보았다
눈부신 복장을 하고
햇볕 앞에 서서 너는
나를 이 여름날의 증인으로 불러냈다
산 넘으면 바다가 있으리라던
어린 나의 상상은
꿈속에서는 언제나 진실이었지
이 종점에서라면 바다는 진즉 건넜어야 했다
그러니 그건 바다가 아니라 하늘이었을 것이다
나는 도저히 도로로 나가 맨눈으로
너를 볼 자신이 없었기에
눈부신 너 대신 차라리 햇볕 쏟아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눈이 멀고
돌아갈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2018.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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