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범주

[개념의 자리] 공간의 경계, 김소월,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김소월, 일반적으로 우리가 경험한다고 여기는 공간은 구획되어 있는 장소로 이루어져 있다. 구획됨에 의해 공간은 나뉘고 각 나뉜 공간들은 기능적으로 구분된다. 또한 나뉜 공간들은 나뉘어져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정체성을 공간의 중심에 둔다. 그 정체성의 힘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공간은 구획되는 경계를 갖게 되고 그 경계 내부에 정체성의 거주지를 만드는 것이다. (김소월)에서 '저만치'라는 심리적 거리를 읽어낸 김동리의 해석은 꽤나 설득력 있는 시도였다. 이 어휘가 조성하는 거리감은 닿을 듯하면서도 닿..

공부를 위한 준비/작품 더 읽기

조용한 세상(이용악의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우리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最後)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 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灣)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停止)를 가르쳤다. 때늦은 의원(醫員)이 아모 말 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분수령, 1937) 공..

misterious Jay
'공간' 태그의 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