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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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읽기] 틈, 김기택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도 숨 쉬고 돌아다닐 길은 있었던 것이다 길고 가는 한 줄 선속에 빛을 우겨넣고 버팅겨 허리를 펴는 틈 미세하게 벌어진 그 선의 폭을 수십 년의 시간, 분, 초로 나누어 본다 아아, 얼마나 느리게 그 틈은 벌어져온 것인가 그 느리고 질긴 힘은 핏줄처럼 건물의 속속들이 뻗어 있다 서울, 거대한 빌딩의 정글 속에서 다리 없이 벽과 벽을 타고 다니며 우글거리고 있다 지금은 화려한 타일과 벽지로 덮여 있지만 새 타일과 벽지가 필요하거든 뜯어보라 두 눈으로 확인해보라 순식간에 구석구석으로 달아나 숨을 그러나 어느 구석에서든 천연덕스러운 꼬리가 보일 틈! 틈, 틈, 틈, 틈틈틈틈틈....... 어떤 철벽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사는 이 틈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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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김기택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김기택 방금 딴 사과들이 가득한 상자를 들고 사과들이 데굴데굴 굴러나오는 커다란 웃음을 웃으며 그녀는 서류 뭉치를 나르고 있었다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고층 빌딩 사무실 안에서 저 푸르면서도 발그레한 웃음의 빛깔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그 많은 사과들을 사과 속에 핏줄처럼 뻗어 있는 하늘과 물과 바람을 스스로 넘치고 무거워져서 떨어지는 웃음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사과를 나르던 발걸음을 발걸음에서 튀어오르는 공기를 공기에서 터져나오는 햇빛을 햇빛 과즙 햇빛 향기를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지금 디딘 고층 빌딩이 땅이라는 것을 뿌리처럼 발바닥이 숨 쉬어온 흙이라는 것을 흙이 공기처럼 밀어올린 풀이라는 것을 나 몰래 엿보았네 외로운 추수꾼*의 웃음을 그녀의 내부에서 오랜 세월 홀로 자라다가 노래처럼 ..

misterious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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