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고 웃었다
[쓰다] 익숙하지 않은 밤
8시 반쯤 집을 나와 언주로를 타고 북으로 달리다가 두 번 방향을 꺾어 동호대교를 건넜다 이렇게 몇 차례 길을 타고 방향을 꺾어가며 병원 장례식장에 이르렀을 때 삼일 낮밤이 꿈결 같이 지나갔던 지난 해 끝자락 아버지의 마지막 거소의 그 익숙한 분향소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내 검은 구두가 형광등에 연신 빛나고 검은옷의 얼굴들과 초췌한 유족 무심히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근조화환들이 분별되지 않은 채 늘어서 있었다 몇 번쯤 손을 탔을까, 지쳐 있는 국화 다발 속에서 그나마 앳된 놈 하나 뽑아 제단 위에 올려두고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고인 앞에 예를 올렸다 그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느 문상객이 엎드려 절하는 도중 되내이고 또 되내이면서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하지 않을 이 일에서 얼마나 도망치고 싶어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