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고 웃었다
[쓰다] 죽은 빨간 병아리
아빠, 병아리가 죽었어 작은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그래, 그렇구나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그냥 그렇다고 맞장구치고는 신문을 넘긴다 넘기다가 이상하기도 해라 우리집에선 병아리를 키운 적이 없다 나 모르게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는 가족들의 음모 아이의 비밀 궁금하구나 익숙한 집안 탐문하는 시선 나 없이 이루어졌을 역사의 흔적을 찾아 아닌 척 집안을 살피다가 창가쯤 눈이 멈추었을 때 화들짝 놀란 보라색 튤립 두 송이 옆에선 꽃봉오리 떨어진 대롱이 힘없이 기댄 창가 아빠, 빨간 내 병아리 금세 내 옆으로 달려와 치켜 올려든 손에 길에 떨어져 있었다는 빨간 죽은 병아리 아무리 봐도 시든 튤립 한 송이 (200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