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고 웃었다
[쓰다] 초원의 집 1
오후는 아직 멀고 나는 집을 나서 살던 옛 동네 응암동의 언덕을 향한다 거기엔 언제나 까만 염소의 등을 쓰다듬고 있는 빵모자 쓴 꼬마 아이가 있다 아이는 언덕 아래를 말끄러미 내려다보며 작고 동그란 눈을 빛낸다 미안하게도 나는 아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아마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의 어깨를 짚을 수 없는 멀지 않은 거리를 두고 나는 아이의 내일을 마치 아이가 나의 어제를 비추어보듯이 비추어본다 아이는 언덕을 내려와 세상에 집을 짓는다 집 너머로 멀리 산이 보이고 그 앞에 언덕이 있다 아이는 꿈을 꾼다 앞산 너머에 바다가 있다 아이는 언덕을 향해 내달린다 앞산 너머에 태양이 숨어 있다 한 패의 소년들이 집 앞으로 몰려든다 열세 살 소년이 별을 달고 여덟 살 소년이 나무 기관총을 매고 여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