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상응(首尾相應)’ 시의 첫 행, 또는 첫 연과 마지막 행, 또는 마지막 연이 같은 형태를 취할 때 ‘수미상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미상응이라는 용어를 쓸 때에는 단순히 형태상 중첩, 혹은 이러한 중첩으로 인한 형식적 균제미(均齊美)만을 주목해서는 안 된다. 사실 수미상응을 위해서 반드시 형태상의 일치가 전제되는 것은 아니다. 수미상응은 시상의 흐름으로 볼 때에는 선순환적(善循環的)인 가치 발견을 의미한다. 「파랑새」라는 작품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정말 가치 있는 것은 처음 그 자리에 있었더라는 인식이 수미상응을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처음의 진술은 외양을 그리는 데 반해, 나중의 진술은 내면을 이야기하게 되어 있다. 단순한 반복 진술이 아니라는 뜻이다. 수미상응은 대상의 의미 변화만을 뜻하지..
파랑새, 한하운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보리피리, 인간사, 1955) 이 작품은 썩어 가는 육체 속에 깃든 한 불우한 자아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시이다. 그의 소망은 죽음을 통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시적 자아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회피하거나 미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체한다. 자신의 삶을 모질게도 포기해 버릴 수 없다면, 어쩌면 이것이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태도일는지도 모르겠다. 당시로서는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던 나병에 걸려 살이 문드러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아야 했던 시적 자아로서는 오히려 그러한 몸뚱이를 가벼이 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