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를 돌리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견디게 하는 여섯 가지 기술
이런 생각을 했을 거야, 감독은
미국 사람들이 흔히 갖다 붙일 이유가 없을 때
이러잖아, 잘못된 시간, 잘못된 곳이었을 뿐야
어쩔 수 없이 위험에 빠진 미진은
어쩔 수 없잖아, 죽을 운명이었어
죄 없이 남의 안부에 관심이 많고, 지나치게
타자와의 유대에 의존하면
그것도 죽을 운명이지
이런 엑스트라적 인생을 위해서는
죽는 순간쯤은 곧바로 건너뛰게 할 영화적 기법이 있어
저마다 고독한 비정, 몹쓸 세상에서 미진
그녀의 어린 딸이 손을 내밀면,
그런다고 잡아줄 수는 없는 거야, 아마추어 같이
슬픔을 견디기 어려운 자에게는 비를
우는 소리 고통스러운 자에게는 라디오 음악을
친절하게도 교통사고와 깊은 잠을 함께 제공하는
자비, 가능하면 그것도 그냥 건너뛰는 거야
그래도 영민의 정을 든 손이
미진의 관자놀이 위에 고정되는 건
견디기 힘들지, 한니발 대신 어설픈 석수장이로
되는 건 안 되면 집어던지고 대신
망치를 들게 하는 건
무식한 콤플렉스라기보단 한국적 휴머니즘이랄까
꼬마 녀석들이 막대기로 개똥을 헤집으며 까르륵 하는
순진한 도륙
비열하기는 이를 데 없는 중호가
유일한 휴머니스트처럼 바뀌어 가는
끝에쯤 가면
맹목이 되는 복수는 외려 더 잔인할 수 있는 거니까
미진을 떠올리게 하고 필요하면
미진의 딸도 떠올리게 하고
아무리 잔혹해도 떠올리는 대부분의 악당은
형사 콜롬보에서처럼
아무리 도망쳐도
도망치려면 오히려
헤어나올 수 없는 자기 붕괴의 절차가 있으니깐 말야
그런 세상을 잠시 들여다보고 나면
나는 신이 세상을 완전하게 창조했다는 말
차라리 더 믿고 싶어져
(2008. 3)
* 영화 '추격자(2008)'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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