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作] 수상한 남자의 이상한 주머니

내 집 앞을 지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내 앞집 남자다 매일 같이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주머니에서는 매일 다른 소리가 울린다 그는
얼굴도 본 적이 없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는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내 집 앞을 지나며 소리를 울린다


그는 수상쩍은 내 앞집 남자다
매일 달라지는 주머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다 그것은
본 적도 없고 상상하기에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지만 그 물건은
그가 가진 전부일 게다 한때는 댕글댕글
보글보글 이런 소리가 들리다가
요즘은 왈강달강,
부스럭거리는 수상쩍은 소리를 낸다
그러면 그 남자는 조심스럽게 집 앞을 지나쳐
소리를 숨기려 하지만 수상쩍은 소리를 내는 그 주머니는
수상쩍은 내 앞집 남자의 사정을 공포라도 하듯
외려 소리를 키운다


수상쩍은 그 남자에 대한 수상쩍은 소문이
담 너머로 들려 왔을 무렵
그 수상쩍은 소리를 신고할까 생각을 하게 되었을 무렵
그 남자의 수상쩍은 주머니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는 집 앞을 더 이상 지나지 않았다
그가 체포되었다는, 체포되었을 것이라는,
체포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담 너머에서 들려왔다
나는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기에
집밖을 나가 본들 수상쩍은 그 남자의 행방을 확인할 길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마음이 평온해졌다
집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갔다

(2008.07)

 

 

 

(출처: Cave - Unreal Engine Forums, https://forums.unrealengine.com/community/work-in-progress/31695-cave)

 

 

 

 

 

다시 쓰기 전 (2008)

 

 

 

항상 내 집 앞을 지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내 앞 집 남자다 매일 같이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주머니에서는 매일 다른 소리가 울린다 그는

얼굴도 본 적이 없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는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내 집 앞을 지나며

소리를 울린다

 

그는 수상쩍은 내 앞 집 남자다

매일 달라지는 주머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다 그것은

본 적도 없고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그 물건은

그가 가진 전부이다 딸랑 딸랑

쩔렁 쩔렁

때로는

달그락거리는 수상쩍은 소리를 내며

그를 좇아다닌다 그 물건은

수상쩍은 내 앞 집 남자의 이상한 주머니에 있는

수상쩍은 이상한 물건이다

 

내 앞 집 남자는 주머니에

수상쩍은 이상한 물건을 가지고

다닌다 그 주머니는 본 적도 없고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그 주머니는

수상쩍은 내 앞 집 남자가 매일 같이

내 집 앞을 지나며 매일 다른 소리를 울리는

물건을 넣고 다니는

참으로 수상쩍고도 이상한 주머니다 그 남자의

이상한 물건이 매일 같이 매일 다른

소리를 내고 있는 바에야 매일 다른 주머니가

아닐 수 없는 이상하고도 수상쩍은 주머니다

 

나는 이 수상쩍고도 이상한 내 앞 집 남자의

수상쩍고도 이상한 주머니가 매일 같이

매일 다른 소리를 내는 수상쩍고도

이상한

그 물건을 본 적도 무엇이라고 들은 적도 없지만

생각한다, 필시 그 남자는

 

내 앞 집에 살고 있다

 

(2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