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사고는 일상의 그렇고 그런 사고와 어떻게 다른가?
이것은 창의성과 관련된 어떤 논의에서라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질문이다.
그만큼 이 질문이 창의성에 대한 기본적이며 상식적이고 흔한 접근법이라는 얘기다.
자, 그러면
창의적 사고는 일상의 그렇고 그런 사고와 어떻게 다른가?
둘을 구분하기 위해 유사성 발견과 유사성 창조라는 익숙한 분류법을 사용해 보자.
이 분류법에 따르면, 창의성은 유사성 창조의 사고 패턴을 말한다.
하지만 좀 더 따져 보면, 유사성 발견에서 유사성 창조로 나아가는 경향성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유사성 창조란 유사성 발견에 대비적인 개념일 따름이고 발견적 지식을 넘어선 것에 대한 지표적 이름으로서, 곧 대타적인 개념으로서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니까.
1. 들판에 허수아비가 서 있다. 허수아비는 아비를 닮았다.
2. 아비를 닮은 형상을 들판에 세운다. 그러면 허수아비가 된다.
허수아비는 아비의 유사적 관계. 형태적 유사성을 발견함으로써 인지된 존재이다.
여기에는 창의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들판에 서 있는 허수아비를 보고 '여문 곡식을 탐내는 새들을 쫓는 농부를 닮았군' 하고 나서
유사성 발견 이상으로 사고가 진전되었을지 어떤지를 알 방법이 없다.
그러한 까닭에 일단 유사성 발견 이상으로는 사고가 진전되지 않았을 것으로 가정하게 된다.
물론 여기서 창의성은 함의를 갖기에는 매우 취약한 개념으로 남게 된다.
반면
아비를 대체할 형상을 만들어 들판에 세울 생각을 한 것은
유사성 발견 이상으로 사고가 진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유사성 창조의 사고 패턴이 후행적으로 '발견'된다.
흥미롭게도 유사성 발견은 유사성 창조에 선행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사성 창조에 후행한다는 점이다. 주체가 다를 뿐.
들판에 세워진 허수아비를 보지 않고서야 허수아비가 아비를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반드시 누군가 허수아비를 세웠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누군가가 아비를 닮은 허수아비를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정식.
"유사성 창조는 유사성 발견을 유발한다."
그렇다면 유사성 창조를 유발하는 것은?
만약 누가 한 것도 아닌 데 거기 그렇게 비슷한 모양으로 이미 존재했던 것이라면 어쩔 것이냐
하면서 해와 해바라기를 예로 든다고 가정해 보자.
- 그럴려고 그랬지? -
해와 해바라기는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두 사물이다.
이 둘을 한 공간-즉, 한 프레임- 안에 두는 행위는 허수아비를 '만드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그러니 한 프레임 안에서 유사성이 발견된 경우
프레임을 설정한 행위는 '발견'을 후행적인 것으로 만든다.
즉, 프레임을 설정한 행위는 유사성 창조의 사고를 통한 것이라고 후행적으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사성 창조는 노작의 개념 요소가 아니라
사고의 개념 요소임을 다시 확인해 두자.
허수아비를 만드는 것은 사고와 노작이 뒤섞여 있을 뿐 아니라 보이는 것은 노작이라 혼동되기 쉬운 것뿐이다.
사고의 개념 요소로 보면,
유사성 창조는 허수아비와 아비를 한 프레임 안에 넣고 보는 데 있고
이때 프레임은 유사한 형상이 아니라 유사한 기능을 갖는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이로부터 또 하나의 정식
"유사성 창조는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사고의 행위이다."
보관 중이던 '한겨레 21'(통권 769호, 2009.07.20)을 다시 꺼내 읽다가 놓쳤던 기사 하나를 건졌다.
앞뒤 떼어내고 인용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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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광고를 내놓는다. 시간이 지난 광고는 잊히고 쓰레기가 된다. 종이에 인쇄된 광고도, 거리에 세워진 광고판도. 그러나 커브의 광고는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이 된다.
커브는 지난해 8월에 문을 열었다. 초기부터 주목을 받은 커브의 광고 방식은 ‘환경 그 자체’다. 모래와 풀, 먼지, 도심을 뒤덮은 폭설이 커브의 광고판이다. 갠조는 그중 ‘로그로’(Logrow) 방식을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공터나 정원 아니면 논밭에 색깔이 서로 다른 풀을 심고 돌을 얹어 의뢰인이 원하는 광고 이미지를 만든다. 보통 2개월 정도 지속된다. 그 뒤에 광고를 목적으로 심은 풀은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에 보탬이 되는 광고는 얼핏 듣기에도 새롭다.
갠조가 맨 처음 착안한 광고 아이디어는 ‘거리 청소’였다. 자동차 매연과 흙먼지로 거무튀튀한 길바닥을 광고판으로, 청소를 광고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필요한 것은 비 오는 날씨와 청소용 솔뿐이었다. 비 오는 날 솔로 런던의 길바닥과 벽을 문지르고 다닌다. 먼지와 때를 벗기면서 글자와 로고를 만드는 것이다. 비가 걷힌 거리에는 기업의 로고와 광고 문구가 남는다.
지난겨울 런던을 강타한 20년 만의 폭설은 커브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눈이 갠 아침 갠조를 비롯한 커브 직원들은 커다란 스탬프를 들고 길을 나섰다. 2천 개가 넘는 로고가 주차된 차량과 우체통, 벽 등 런던 전 지역을 뒤덮었다. 갠조의 비장의 아이디어였다. 런던 사람들은 눈 위에 찍힌 수많은 로고에 관심을 보였고, 언론들은 일제히 커브 기사를 다뤘다.
(이미선, 임다희, '춤추는 재활용, 광고하는 자연'에서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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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를 찍어 놓은 눈도 광고'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창의성의 핵심이다.
글 쓴 김에
커브(http://mindthecurb.com)를 들르면 관련된 여러 사례들을 볼 수 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들 중에서 내게 흥미를 끄는 것은
한동안 인터넷을 달구었던 이런 것이나
스펙타클한 이런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다.
나는 지난 여름 상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 Russia)의 이곳저곳에서 아래와 같은 광고들을 보았는데,
이것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기세다. - -;;
넵스키 대로(Nevsky Prospect) 남쪽에서
바실리스카 섬(Vasiliska Island) 공동 주택 지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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