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나서 그 내용에 대해 물었는데 아이가 더도 아니고 (물론 덜도 아니겠지만) 한마디 표현으로 간단히 대답했다면 여러분은 이 글은 주의 깊게 읽어둘 필요가 있다. 아이의 표정이 책 내용이 그저 그랬다는 듯이 심드렁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못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또랑또랑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아무 상관없다. 이 글은 이를테면 “재미있었어요.” 같은 한 단어 문장의 반응에 대한 얘기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독서 이론은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첫째, 보통 책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개의 글이 합쳐진 것으로 하나의 주제로 간단히 평하기가 쉽지 않다. 책에 대한 전체적 인상을 ‘재미있다’라고 표현했다면, 이 아이는 읽은 내용을 통합적으로 이해했다고 볼 수도 있다..
70년대를 디스코에 목말라 하던 까까머리 중학생이 있었다. 80년대를 ‘매카닉’(mechanics)에 미쳐 살았던 얼굴 하얀 중학생이 있었고, 90년대를 게임에 빠져 살았던 사복 입은 중학생도 있었다. 다들 입시에 중독되어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 것만 같았던 시대였지만, 어딘가에서는 꼭 이러한 학생들이 있었고 그 수는 결코 적지만은 않았다. 이쯤 얘기하고 나면, 여러분은 그 다음 대목을 예상한다. 그래서 그들의 미래가 참담해졌다고 말하는 건 너무 뻔한 얘기일 터이니 오히려 그들이 성공했다는 줄거리가 나올 게 아니냐고 말이다. 나는 여러분이 그렇게 예상할 줄 았았다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동의한다는 고갯짓을 한다. 여기에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때의 중학생들 가운데에는 지금 신세대 문화 평론가며, 기계역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