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대한 풀이들을 본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목록의 상단에 올라오는 풀이들을 말하는 것이다. 풀이들이 가리키는 부분은 매우 국소적이다. 예를 들어 '~습니다'에 밑줄 쫙. 대상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냄. 이런 식이다. 여기에는 '-습니다/-ㅂ니다'에 대한 문법적 정보 이상이 담겨 있지 않다. 이것이 작품에 대한 어떤 이해의 도움이 된다는 걸까? 물론 작품 이해를 위해서는 상향식이든 하향식이든 먼저 해독이 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밑줄의 각별함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경우 왜 하필이면 이 어휘들에 밑줄일까, 이 정도면 작품의 모든 어휘들 밑에 밑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동반되기도 한다. 잉여적 지식이라도 작품 이해에 방해만 안 된다면 없는 것보..
한 학생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육사의 '절정'에 대한 설명이 담긴 어떤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학교에서 선생님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집에 가서 조사해 올 것... 하고 숙제를 내 줬답니다. 그 숙제를 대신 해 달라는 뜻이겠죠? 숙제 받은 학생은 내 학생에게 숙제를 가져와 뜻을 물었고 내 학생은 숙제 받은 학생의 질문을 내게 다시 물으며 첨부 파일로 교과서 해당 분을 휴대폰으로 찍어 보냈습니다. 첨부 파일에는 교과서 본문 일부가 모로 누워 있었습니다. 나는 디스크 증세가 있는 목을 기울여 사진 속 본문을 읽고 메일을 읽고 원문을 찾아 읽고 하면서 답장을 써 보내 주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메일이 왔는데, 해당 교과서는 은사님이 책임 저자인 '국어' 교과서라네요. 이런! 보낸 메일은 되돌릴 수..
텍스트 이해는 언제나 해석학적 접근의 문제의식과 만난다. 이와 관련하여 나의 관점은 ‘문학적 이해’(혹은 ‘예술적 이해’)가 작품에 의미의 객관적 기반을 둔다고 보는 허쉬(Hirsch, E.D. 1988)의 관점과는 거리를 둔다. 해석의 타당한 근거를 마련해 두고자 했던 허쉬는 ‘의도의 오류’를 지적한 윔셋과 비어즐리(Wimsatt, W. K & Beardsley, C., 1972)와는 달리 역사적 변화에 영향 받지 않는 일종의 이상적 대상(eidos)으로서 의도를 설정하고, 이러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유일하게 바른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는 독자들이 서로 다른 조망에서 다른 이해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작품의 ‘의의(significance)’에 접근하는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