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시

공부를 위한 준비/단서들

[지하철시] 채송화, 조명제

진부한 표현, 혹은 클리세(cliché) 채송화, 조명제 백로(白露) 가까운 언저리담장 위에 내어 놓인 분(盆)의빨강색 채송화철길도 녹여 휘어뜨린다는일만 톤의 햇살을 받고도작은 입 모양을 하고 이쁘게만 피어 웃고 있는저 역광(逆光)의 황홀경, 그 속에 숨어 있는,살을 파고들어 뼈를 찌를 듯매섭게 꽂혀오는 부드러움의 강인한 힘. 이를테면, 나는 시의 배경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배경이 환경이 아닌 풍경으로 역할하게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풍경으로서의 배경은 그것이 전경과 후경의 관계처럼 초점화된 대상을 부각하는 데 기능하는 경우에조차 그 전체가 하나의 단일한 정조와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작용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배경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이미지와 초점화된 대상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서로 겉돌게 되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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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시] 밥상, 주영헌

구도와 내용 밥상, 주영현 하루를 마친 가족들 밥상머리 둘러앉습니다.숟가락 네 개와 젓가락 네 벌짝을 맞추듯 앉아 있는 가족 조촐합니다. 밥상 위엔 밥그릇에 짝을 맞춘 국그릇과오물주물 잘 무쳐낸 가지나물 신맛 나는 배추김치나란히 한 벌로 누워있는 새끼 조기 두 마리뿐입니다. 변변한 찬거리 없어도 이 밥상,숟가락과 젓가락이 바쁩니다. 숟가락 제때 들 수 없는 바깥세상 시간을 쪼개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둘러앉게 한 것은모두 저 밥상의 힘이었을까요. 어린 날 추억처럼 떠올려지는 옹기종기 저 모습 참으로 입맛 도는 가족입니다. 「밥상」은 한 가족의 단란한 저녁 식사 공간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밥상 주변을 둘러앉은 네 명의 가족을 ‘조촐’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리고 이 장면을 ‘어린 날 추억처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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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시] 지하철 시(2호선, 강남) 달력, 김재언

서술로서의 시도 시로서 충분하다. 서술도 시를 이룰 수 있다. 결국 상상의 빈자리는 표현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용에 의해서 확인되는 거니까, 결국 어떻게든 상상은 가능하니까. 서술로서의 시란, 수용에 의해 상상의 빈자리가 확인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도 전에 이미 표현을 통해 '이걸 네가 상상하라' 하며 요구하는 시이다. 이런 구분에서 서정주의 '무등에 서서'는 서술이며, 황지우의 '벽1'은 서정적 진술이다. ------ 달력 김재언 너를 처음 대한 지 꽤 오랜 날들이 지나갔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구나 한결같은 마음이구나 꽃 피고 녹음 들며 낙엽 지고 눈 내리는 사연이 손바닥을 뒤집듯 그리 쉬운 일이 아니련만 사랑인 듯 아무 내색 없이 한 눈빛만 보내는구나 기다리고 있구나 ------ 서술은 아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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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시] 지하철시(3호선, 선릉역), '텃밭', 추은경

발견도 시로서 충분하다. 충분하다는 것은 그것으로도 시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 유희도 충분히 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시가 시로서 충분한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그냥 시라고 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읽는 시는 시로서 충분한 것과 좋은 시 사이의 무수한 예들인 셈이다. 이를테면 아래 시. 이런 건 발견이겠지 -------- 텃밭 추은경 바람이 실어다 준 작은 민들레 홀씨 하나가 내 작은 텃밭에 내려앉아 작은 생명으로 잉태 되었네 햇살이 흔들어 주고 바람이 실어다 주고 달빛이 비춰주니 민들레 홀씨는 다시 바람을 타고 고마운 마음 전하러 어디론가 날아 가는구나 ------ 사실 나는 이런 시는 못 쓴다. 이렇게 써지지 않는다. 이러고 말다니..... 그래서? 그래서? 그러다가 못 쓴다....

misterious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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