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도 시로서 충분하다.
충분하다는 것은 그것으로도 시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 유희도 충분히 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시가 시로서 충분한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그냥 시라고 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읽는 시는 시로서 충분한 것과
좋은 시 사이의 무수한 예들인 셈이다.
이를테면 아래 시.
이런 건 발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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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추은경
바람이 실어다 준
작은 민들레 홀씨 하나가
내 작은 텃밭에 내려앉아
작은 생명으로 잉태 되었네
햇살이 흔들어 주고
바람이 실어다 주고
달빛이 비춰주니
민들레 홀씨는 다시 바람을 타고
고마운 마음 전하러
어디론가 날아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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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런 시는 못 쓴다.
이렇게 써지지 않는다.
이러고 말다니.....
그래서?
그래서?
그러다가 못 쓴다....라기보다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손에 붙질 않는다.
그러니 쓸 수 없을 수밖에.
그걸 취향이라고 한다면,
나의 취향과 너무 달라서
나로서는 존재하지 않는 시인 거다.
어쨌든,
이것은 시다.
발견으로서의 시다.
동시 같은 시다.
그걸로 끝이다.
혹 누군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이 시가 어떻게 발견으로 끝난 것인가.
고마운 마음은 깨달음 아닌가, 혹은 정감적 심리 작용 아닌가?
깨달음이든 정감이든
그건 발견에 이미 내재된 것이다.
발견은 머리로는 할 수 없고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서.
다만
좋은 시가 되려면
발견으로는 충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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