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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읽기] 이수익, 회전문
대형 빌딩 입구 회전문 속으로 사람들이 팔랑팔랑 접혀 들어간다 문은 수납기처럼 쉽게 후루룩 사람들을 삼켜버리고 들어간 사람들은 향유고래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간 물고기 떼처럼 금방 잊혀진다 금방 잊혀지는 것이 그들의 존재라면 언젠가는 도로 토해지는 것은 그들의 운명, 그들은 잘 삭은 음식 찌꺼기 같은 풀린 표정으로 별빛이 돋아나는 시간이나, 또는 그 이전이라도 회전문 바깥으로 밀려난다 그렇다니까, 그것은 향유고래의 의지 때문이 아니라 빨려들어간 물고기 떼의 선택 때문이지 오로지 그들 탓이라니까 그러나 대형 빌딩은 이런 무거운 생각과는 멀리 떨어져 하루종일 팔랑팔랑 회전문을 돌리면서 미끄러운 시간 위에서 유쾌하게 저의 포식을 노래한다 룰루랄라 룰루랄라 룰룰루…… 지금은 회전문의 움직임이 완고하게 멈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