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시 쓰고 웃었다

[自作詩] 어느 오후의 분위기

바람은 시시각각 방향을 바꾼다지만 나에게는 언제나 같은 방향이다 바람을 마주대하기로 했을 때에는 가야 할 방향을 정해둘 까닭이 없다 다르게 부는 게 바람의 생리인 듯해도 바람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분다 바람에 묻어 있는 냄새는 산에서 내려오는 것과 골목을 훑고 나오는 것이 다르다, 길 건너는 횡단보도의 노란 페인트 줄무늬 위에서 다르고 첫 번째 골목인가 힐끗거리다가 갑자기 방향이 바뀌어 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설 때도 다르다 바람이 기억에조차 없는 옛동네로 나를 인도할 때 알 수 없는 방향에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다만 나는 바람에 묻은 무수한 냄새들을 따라 바람의 길을 찾는다 항상 거기 있을 것만 같은 동네로 바람이 나를 이끌리라 하지만 바람은 수시로 방향을 바꾸고 나는 그곳이 어디인지 모른다 바..

나/일상 허투루 지나치지 않기

[일상] 둘째 딸의 해적 놀이

느닷없는 딸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렸을 때 동생과 의자와 의자 위에 이불을 덮어두고 무슨 탐험이니 무슨 기지 놀이니 하며 놀았던 게 생각났다. 그건 '소년소녀 세계명작전집'을 읽으며 불붙은 내 상상력의 거의 유일한 실현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딸아이에게서 비슷한 모습을 발견한다. 너는 집과 학교와 학원 사이 어디쯤에 묶여 있었던 게로구나. 너를 봉인에서 풀어줄 수 있는 이것이었구나. 장착도구 : Zara에서 내가 맘에 들어 사 준 귀덮개모자, 눈 피로 때문에 약국에서 구입했던 냉팩 안대, 캐나다 살 때 할로윈 데이 준비를 위해 파티용품 점에서 구입했던 해적 코스튬 중 안대. ...... 둘째 아이는 첫째보다 더 엉뚱하다. 그리고 창의적이다.

시 쓰고 웃었다

[쓰다] 그 해 여름

그 사람은 옛날 눈부신 여름 무작정 버스에 올랐던 여행의 종착 낯선 동네엔 햇살 가로수 햇살 아래 눈부신 자태 가만히 듣던 모습 아득했던 길었던 한낮 향기롭던 눈부신 젊은 날 무작정 버스에 올랐던 여행의 시작 (2008.09.09)

misterious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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