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순서는 상관 없다. 인터넷이 며칠 전에야 연결되었으니 이제서야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혔던 것이 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방문 교수라면 거개가 아이와 관련된 고민을 우선적으로 하게 되어 있지만, 집 구하는 일에 아이 학교 문제는 나처럼 학교 밖에서 집을 구할 때에는 거의 절대적이다. 해서 네 개의 지역을 두고 이곳저곳 알아보고 살펴보고 물어보고 하느라 보름을 민박과 호텔 생활을 해야만 했다. 집 구하는 얘기는 다음에 더 하겠지만, 그 당황스럽고 황당한 일을 다 당하고서야 지금 글을 쓰는 이곳 그레잇넥(Great Neck)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 처지가 '위대한 개츠비'의 제이(Jay)와 비슷하다. 그레잇넥의 아파트를 구하기 전에 거의..
꺾어진 백이라 세 번째 전환기를 첫 번째마냥 보내는 이즈음이다 투신하여 사회로 나오던 때에는 내 뜻이 아닌 뜻대로 교단에 서게 되었고 두 번째 인생 전환기에는 각종 질병 검사를 국가에서 받게 해 주었지 세 번째 전환기가 하필 꺾어진 백이라 꺾어진 오십 때와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혼자 해결해야 할 것을 본의인 것마냥 혼자 하면서 의젓해져 가고 있는 게 꺾어진 백의 기백이다 사실 기백은커녕 백의 반도 안 되었다 (2013.08.11)
살던 집을 나와 새 집을 들어가는 길은 너무 멀다 너무 다르고 너무 틀리다 틀리다 '틀리다' 이 말이 이 경우엔 맞는데 역시 살던 집은 낡고 헐더라도 살던 집이다 남들이 알면 우스워할지 모르겠지만 살던 집은 집이고 살 집은 아직 집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전전하며 긍긍하는 팔월의 늦은 밤 (201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