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기억 도구들에 집착하고 있는 mnyari입니다.
앤틱 펜들을 모으다가 갑자기 연필깎이에 미쳐서 그걸 또 모으다가
연필로 벽을 만들면 좋겠다고 미친 생각을 하다가
기어이 펜 케이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참에 목공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소목 배운 지는 석 달이 되었고
무려 7단 펜 케이스(겸 보관상자)는 수납부부터 완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펜 케이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트레이를 만드는 때인데요.
두 주 넘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지 고민을 했습니다.
나중에 시도할 분들을 위해 참조용으로 정리해 보면,
1. 이베이에는 10개의 칸을 가진 트레이(플라스틱에 벨벳을 붙여 만든)를 판매합니다.
이 놈은 원래 보석진열대용으로 판매되는 거라서 만년필 케이스로는 큽니다.
(말하자면 수납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궁금해서 주문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만드는 펜 케이스라고 하기 어렵기에 일단 패스.
2.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가끔 NC 밀링기를 가진 목공방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14구짜리 트레이를 제작 의뢰하면
개당 15만 원 정도에 구할 수 있습니다. 만년필 98개용 펜 케이스를 만든다면(7개의 트레이),
개당 12만 원 정도에도 구할 수 있답니다. 나무로 된 2구용 펜케이스를 보셨다면
둥글게 안쪽으로 홈이 난 아름다운 트레이를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려 14개의 콤파트먼트. 물론 비싸지요.
장미목 같은 재질로 펜 케이스 전체를 제작하면 아마도 120만 원 정도 들 것 같습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남의 손을 빌려서 만든다는 것 때문에 패스.
아쉽기는 합니다....
3. 역시 이베이를 며칠 살펴보다 보면, 펜케이스가 묘하게도 시가 케이스,
특히 cigar humidor(방습/항습 보관장치)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2구짜리나 4구짜리 여행용 케이스는 시가 케이스를 그대로 펜 케이스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humidor의 경우 박스 형태로 되어 있고 아쉽게도 박스 안에는 텅 비어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1번을 활용하거나
1번보다 좀 더 비싼 트레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만... 상용은 아니라서 장시간 매복을 해야 합니다.),
좀 더 고급한 트레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얹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 중에 아예 2번의 콤파트먼트를 갖추고 있는 대형 humidor를 발견했습니다.
아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 비쌉니다.
배송료도 배대지(배송대행지)를 이용하더라도 약 40만 원 정도가 드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ㅠㅠ
2학기부터 미국으로 나가 있게 되는데, 그때 기필코 구하려고 합니다.
단종된 상품이라서 계속 구할 수는 없습니다.
뭐, 이것입니다. http://www.amazon.com/Quality-Importers-Aging-Vault-Humidor/dp/B00B923C0S
물론 제가 직접 만드는 게 아니므로 패스.
4. 그러다가 4개의 트레이를 가진, 그것도 딱 만년필 케이스 크기의 트레이를 가진
Humidor(리퍼비시입니다만, 큰 흠은 없어 보입니다.)를 28달러에 낙찰 받아
그 세 배쯤 되는 배송료를 지불하고 구했습니다.
1번과는 조금 다른 플라스틱 트레이를 적당하게 가공하여 사용할 생각입니다....
(앗싸, 시중가는 약 220달러 정도).... 하지만 이건 막간의 여유.
5. 결국 공방을 다니며 직접 모든 걸 해 보겠다 하고 다짐을 하고 설계도면을 9번은 그렸나 봅니다.
처음에는 잔뜩 욕심을 부리다가 간단하게 7단 트레이로 결정을 보고 트레이 당 14개를 넣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한다면, 해야죠.
그래도 여전히 어떻게 콤파트먼트를 만드느냐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가. 하드보드지를 접어 만든다. ....... -> 하드보드지가 접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찢어지더군요.
하지만 잘리지 않을 정도로 눌러주는 프레스기 기능이 뭔가에 있다면.... 가능한 방법 같습니다.
물론 여기에 벨벳이나 뭔가를 입혀 줘야 모양새가 생기겠지요. 일단 실패.
나. 나무살을 만들어 프레임에 붙인다. ...... -> 공방 선생님과 의논을 해 보았으나,
목공 본드로는 접착이 어렵겠답니다.
일반적으로 5밀리미터나 7밀리미터 주목 합판으로 나무살을 만들게 되는데, 이걸로는 접착이 잘 안 될 거라고....
그렇다고 원목을 두껍게 해서 붙이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폭 2센티미터로 14개의 콤파트먼트를 만들려면 내부가 38센티미터쯤이고
(공교롭게도 이 크기는 1번의 길이 크기와 거의 같습니다. 대체하는 방법은 손쉬운 대용은 될 수 있습니다.)
트레이 크기는 40.4-41센티미터. 전체 케이스의 가로 길이는 44센티미터쯤 됩니다만,
나무살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50센티미터까지 길어지게 됩니다. 모양새와 규격이 좋지 않습니다.
다. 프레임의 홈을 파고 나무살을 끼워 넣는다. ...... -> 그래서 이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는 나무를 그대로 쓰기에는 펜에 좋지 않아 벨벳 등의 보호천을 붙이는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생고생의 과정입니다. 깎고 자르고 밀고 붙이고 깎고 자르고 밀고 붙이고.... 나중에 수기로 ~~.
실패는 항상 교훈을 주지요. 계속 도전할 생각만 있다면.... 나름 실패로서 성공적이었는데요.
이 과정이..... 결과물을 보시지요.
잘 보시면 엉성함이 눈에 확 띠는데요.
물론 바닥면과 외부면은 트레이에 끼어 들어가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벨벳은 와인레드색으로 O션에서 구입하고
이것 잘라 일일이 나무살과 프레임에 목공 본드로 붙여 주었습니다.
자를 때에는 정말 날이 잘 선 가위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생만 죽어라 하고 중간에 때려치우는 사태가 반드시 발생합니다. 이걸 배웠습니다.
목공본드는 나무와 천은 잘 붙여 주는데, 천과 천은 그게 안 됩니다.
결국 보이지는 않지만 저 아래 부분은 참담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이것도 배웠습니다.
천을 입히는 작업의 가장 큰 문제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나무살이 끼어 들어갈 프레임의 홈 부분을 천을 대고 똑같이 자르려고 한다면 너무 큰 구멍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칼로 칼집 내듯 일부를 잘라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윗부분에 보이듯이 천이 울게 됩니다.
생각해 보니 천의 윗부분은 아예 자르지 말고 홈도 아래만 파서 아래에서 끼게 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기도 하더군요.
이것도 배웠습니다.
프레임과 나무살을 연결하는 것도 문제이고 프레임의 가로와 세로 부분을 연결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것 깔끔하게 처리할 방법을 아직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좀 더 부드럽고 무른 나무를 골라 나무와 나무만으로 연결할 수 있게 잘라내고
정성껏 200방, 600방, 1000방 사포질을 하다보면, 나무만으로도 멋지 콤파트먼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여기까지 작업 내용이었습니다.
다음에는 트레이 장착기,
케이스 겉면 제작기 등을 여건 되는 대로 올리겠습니다.
이상 mnyari였습니다.
ps. 참, 유쾌한씨님 잉크 잘 받았습니다. 따로 쪽지 드리겠지만, 이 글을 먼저 쓰게 된 바람에....
요즘은 잉크를 종류별로 모아 시필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유일한 취미가 되어 버렸습니다. 용돈은 몽땅 이쪽 일로 가져다 바치는 것 같네요.
잉크 분양해 주세요. ^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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