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위한 준비/작품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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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읽기] 오버한 스키마 : '옆'을 '앞'으로 읽으니까

서정주, 국화 옆에서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 앞에서'가 아니라 '국화 옆에서'다. 국화를 보며 자신을 비추어보는 게 아니라 국화 옆에서 국화에 빗대어 본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나이든, 누님이든 인생에 관한 시가 아니라 국화라고 하는 존재에 관한 시인 것이다. 그래도 문학의 세계에서는, 그리고 서정시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국에는 나에 관한 시가 될 것이다. 사실 주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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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부활의 '소나기', 황순원의 '소나기'

소나기 - 부활 작사, 작곡 : 김태원 보컬 : 김재기 어느 단편소설속에 너는 떠오르지 표정없이 미소짓던 모습들이 그것은 눈부신 색으로 쓰여지다 어느샌가 아쉬움으로 스쳐지났지 한창 피어나던 장면에서 너는 떠나가려하네 벌써부터 정해져 있던 얘기인듯 온통 푸른빛으로 그려지다 급혀도 회색빛으로 지워지었지 어느새 너는 그렇게 멈추었나 작은 시간에 세상을 많이도 적셨네 시작하는 듯 끝이나 버린 소설속에 너무도 많은걸 적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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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김범수, '비가 와'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두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와 메밀묵 사려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싶소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집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닿던 뜨거운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것을 김범수, 비가 와 (박선주 작사, 이용민 작곡) 비가와.. 어제처럼 우리 다시 볼순 없겠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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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우구스토 몬테로소, 공룡

깨어나 보니, 공룡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Augusto Monterroso, Obras Completas(y otros cuentos)[전집(그리고 다른 이야기들)], 1959. *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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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세계사, 1989) 그렇지, '노다지'라는 거야. 그윽하니 그럴듯한 말로 꾸미는 대신, 그냥 '노다지', 가장 물성적이고, 가장 직관적인 '노다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횡재하였음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노다지' 차라리 제목인 '꽃봉오리'보담 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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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심상대, 양풍전, "묵호를 아는가", 문학동네, 2001

옛날에 어떤 집에, 옛날에 양풍이 집에, 아버지가 작은집 하나 뒀는데, 이 여자가 하도 지독스러워 가지고- 엄마는 살았어 죽었어? 죽었어. 그럼 작은집이 아니네. 계모지. 있을 때 있을 때, 작은집 둔 건 양풍이 엄마 있을 때야. 양풍이 엄마는 내중에 죽었지. 으응. 그래 살았는데, 이 여자가 하도 본어머이를 못살게 하고 이래서, 양풍이 어머이가 양풍이를 업고 양녀를 앞세우고 문 앞을 나설 때 산천도 울고 초목도 울었대. 그런데 그 이야기책 어디서 난 건데, 어머니. 몰라. 옛날에 느이 외할아버지가 내 어려서 읽으라 해서 읽었어. 설에 어대 놀러다니라 하나. 이런 거나 읽으라 그러지. 그런데 양풍이 어머이가 양녀를 업고 나갈 때 어데로 간다고 핸고 하몬, 옛날에 양풍이 외갓집이 잘살 때 종으로 있던 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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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연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문학동네, 2002

“어제 원장이 부르더라. 노력해보기는 할 테지만 아무래도 인문계 진학까지는 밀어주기 곤란하다 카더라. 내 동기들은 다 고아원에서 나갔다. 말은 안 해도 나도 그래 나갔으만 하는 눈치더라. 그란데 나는 이래 끝내고 싶지는 않아여. 그래갖꼬 오늘 담임한테 가서 한번만 도와달라 캤다.” “뭐라카더나?” “수산고등학교 가라 카더라. 학비가 공짜인 대신에 군대에서 하사로 오래 근무해야 된다 카데.” “그라만 되겠네.” 태식이가 원재를 골똘하게 쳐다봤다. 그 눈길에 원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싫다 그랬다. 아직까지 내 꿈은 선원이 되는 게 아이라. 나도 너처럼 대학교 전산학과 가고 싶어여. 다른 형들처럼 감방이나 들락거리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아여. 그래갖꼬 나는 일단 돈 벌어서 검정고시 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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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성선경, 쥐꼬리에 대한 경배

 쥐꼬리에 대한 경배 성선경 삶이란 쥐보다 쥐머리보다 쥐꼬리에 매달리는 것 쥐꼬리만한 희망과 쥐꼬리만한 햇살과 쥐꼬리만한 기대에 매달리는 것 우리를 움직이는 건 신(神)이 아니라 우리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쥐꼬리 뻥튀기보다 얇은 쥐꼬리 뻥튀기보다 밥맛인 쥐꼬리 그 쥐꼬리에 매달리는 것 쥐꼬리 고까이 꺼 쥐꼬리쯤이야 그래도 쥐보다 쥐머리보다 쥐꼬리에 매달리는 것 우리의 삶은 늘 저 가늘고 긴 쥐꼬리에 경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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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김기택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김기택 방금 딴 사과들이 가득한 상자를 들고 사과들이 데굴데굴 굴러나오는 커다란 웃음을 웃으며 그녀는 서류 뭉치를 나르고 있었다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고층 빌딩 사무실 안에서 저 푸르면서도 발그레한 웃음의 빛깔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그 많은 사과들을 사과 속에 핏줄처럼 뻗어 있는 하늘과 물과 바람을 스스로 넘치고 무거워져서 떨어지는 웃음을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사과를 나르던 발걸음을 발걸음에서 튀어오르는 공기를 공기에서 터져나오는 햇빛을 햇빛 과즙 햇빛 향기를 어떻게 기억해냈을까 지금 디딘 고층 빌딩이 땅이라는 것을 뿌리처럼 발바닥이 숨 쉬어온 흙이라는 것을 흙이 공기처럼 밀어올린 풀이라는 것을 나 몰래 엿보았네 외로운 추수꾼*의 웃음을 그녀의 내부에서 오랜 세월 홀로 자라다가 노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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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윤오영, 곶감과 수필

곶감과 수필 ---윤오영 소설을 밤(栗)에, 시를 복숭아에 비유한다면 수필은 곶감(乾枾)에 비유될 것이다. 밤나무에는 못 먹는 쭉정이가 열리는 수가 있다. 그러나 밤나무라 하지, 쭉정나무라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보면 쭉정이도 밤이다. 복숭아에는 못 먹는 뙈기 복숭아가 열리는 수가 있다. 그러나 역시 복숭아나무라 하고 뙈기나무라고는 하지 않는다. 즉 뙈기 복숭아도 또한 복숭아다. 그러나 감나무와 고욤나무는 똑같아 보이지만 감나무에는 감이 열리고 고욤나무에는 고욤이 열린다. 고욤과 감은 별개다. 소설이나 시는 잘 못 되어도 그 형태로 보아 소설이요 시지 다른 문학의 형태일 수는 없다. 그러나 문학 수필과 잡문은 근본적으로 같지 않다. 수필이 잘 되면 문학이요, 잘 못되면 잡문이란 말은 그 성격을 구별 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