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러고도 또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일정 속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십여 일 이상 들르지 못했습니다.
노인성 증세로 요양 병원에 계신 아버지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실 겁니다.
사실 일 년 전까지는 아버지를 찾아뵙지 않는 일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냈습니다.
오랜 갈등으로 서로 서먹해진 까닭도 있었지만
아버지처럼 되지는 않을까 무섭기도 했습니다.
찾아뵙지 않는 동안 서서히 몸은 무너지고
누워만 계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늦게 깨우치고
두렵고
서글프고
답답한 심정 속에
아버지를 요양 병원으로 모신 것이 삼 개월째입니다.
말을 잘 하지 못하시게 되자
비로소 화해를 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애당초 화해하거나 갈등할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명징한 의식이 감추거나 치장했던
이러저러한 명분과 욕망과 자기변경이
흐지부지 되어 버리자
연약한 아버지만 남고
나이 들어가는 아들만 남게 되었나 봅니다.
병원에 들를 때면
여전히 쑥스럽지만
아버지는 전혀 그렇지 않으신가 봅니다.
마음이 맑아지셔서 그렇겠지요.
그래도
제 이름과 제가 맏이라는 사실은 꼬박꼬박 기억하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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