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양태순 교수님 자제분 결혼식장에서 오랜만에 뵌 최우근 교수님을 통해 병중에도 강원도에 집을 직접 지으시고 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통 목공에서도 소목에서 시작해서 대목까지 배우셨다는 것이다. 목공학교에서 함께 배운 분들과 집을 짓는데, 워낙 산골이라 음식 해 내고 자재 구하고 하는 일로 정신이 없어서 실제 깎고 켜고 자르고 모두는 일을 많이 하시지는 못하신 듯..... 하나 건축에 필요한 모든 자재는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고 결정하시고 계시고..... 서울이나 도시 인근이라면 몇십, 몇백 평쯤 되는 게 고작인 땅도 산골이라 십여만 평 장만하고(그러니까 산 하나를 사셨다는 뜻인데), 전기도 2.5킬로미터 끌어들여 오고(그러니까 나중에는 전원 마을처럼 만들고 싶으시다는 바람이 있는 셈) 자재 실어나를..
느닷없는 딸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렸을 때 동생과 의자와 의자 위에 이불을 덮어두고 무슨 탐험이니 무슨 기지 놀이니 하며 놀았던 게 생각났다. 그건 '소년소녀 세계명작전집'을 읽으며 불붙은 내 상상력의 거의 유일한 실현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딸아이에게서 비슷한 모습을 발견한다. 너는 집과 학교와 학원 사이 어디쯤에 묶여 있었던 게로구나. 너를 봉인에서 풀어줄 수 있는 이것이었구나. 장착도구 : Zara에서 내가 맘에 들어 사 준 귀덮개모자, 눈 피로 때문에 약국에서 구입했던 냉팩 안대, 캐나다 살 때 할로윈 데이 준비를 위해 파티용품 점에서 구입했던 해적 코스튬 중 안대. ...... 둘째 아이는 첫째보다 더 엉뚱하다. 그리고 창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