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모든 山脈들이 바다를 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千古의 뒤에 白馬 타고 오는 超人이 있어 이 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陸史詩集, 1946) 1. 해석은 맥락적 단서가 최소화되더라도 가능한 것부터 시도하면서 확장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국지적으로 표현된 것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말하자면, 다른 해석이 그다지 높은 설명력을 갖지 못할 경우 취하게 되는 ‘유보적 판단’의 경우에 한한다. 2. 이런 점에서 여전히 논..
시론에서 시에 관한 정의를 찾아 읽다 보면 종종 시의 정의가 서구의 것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논의에서는 詩의 어원을 살펴 시경이나 그밖의 고문의 풀이를 인용하는 장면도 함께 보여 준다. 이식되거나 임차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의도야 좋고 나쁘고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것도 죽어 이미 완료된 상태로 있지 않는 한 변해야 하고 변할 수밖에 없는 게 이치인데, 시라고 옛것이 그대로 남아 있을 리 만무하다. Poetica(아리스토텔레스)의 Poesis가 지금의 시와 같지가 않고 詩經(공자)의 詩가 또한 그 모습으로 지금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남의 정의를 가져다 쓰는 것에 부동의하여 옛것을 들추는 것이나 결국 남의 것으로 남의 것을 빌어온 것이라 책하는 ..
1. 감상의 출발로서의 갈등 ‘갑’과 ‘을’이 흥미진진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내용인 즉, 서정주가 쓴 에서 ‘춘향’이는 그네의 어디쯤 매달려 있는가 하는 것이지요.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이 다소곳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와 베갯모에 놓이듯한 풀꽃더미들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 듯이, 향단아.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서정주, '추천사') ‘갑’은 이 장면에서 그녀가 앞으로 멀리 밀쳐 나간 그네 쪽에 있..
몇 년 전에 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메일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안산에서 고등학교 문학을 지도하고 있는 ○○○입니다. 재작년에 한양대 특강 때 교수님 강의 들었습니다. 덕분에 시를 이해하는 안목을 넓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교수님께 메일을 쓴 이유는 표현기법 중에 반어법과 역설법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입니다. 학생이 가져온 문제를 풀어주는데 반어법인지 역설법인지 명확하지가 않아서요. 다른 선생님들도 너무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정호승의 '또 기다리는 편지'의 마지막 구절인데요.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난감하지요. "현대시를 잘한다." 이 말의 뜻을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 질문을 던진 학급의 아이는 어떻게 하면 현대시에 관한 시험 문제를 잘 풀 수 있겠느냐는 궁금증을 가졌을 법합니다. 어쩌면 그 아이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을 수도 있고, 혹시나 시를 잘 쓰는 방법을 물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질문을 받은, 실습 나갔던 학생이 내게 던졌던 질문이 예전 게시판에 올라와 있더라구요. 그에 대한 내 답변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나도 여태 그걸 잘 모르겠다. 6(=.=) 내 나름으로 정리한 바로는 체험하라. 체험을 위해서는 상상하라. 상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황을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