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

시 쓰고 웃었다

[쓰다] 쓸 것이다

쓰다가 골라 쓰고 바꿔 쓰고 고쳐 쓰고 달리 쓰고 무릅쓰고 힘쓰고 뒤집어쓰고 받아 쓰고 끌어다 쓰고 입맛 쓸 것이다 어쩌랴 끌어다 쓰고 받아 쓰고 뒤집어쓰고 힘쓰고 무릅쓰고 달리 쓰고 고쳐 쓰고 바꿔 쓰고 골라 쓰면서 계속 쓸 것이다 (2015.01.15)

나/일상 허투루 지나치지 않기

[단상] 애국소년단 일단 칭찬

무조건 솔직하고 있는 대로만 말해야 몸과 마음의 진정성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념적 순수성을 교조와 혼동하면 안 된다. 표리부동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의지가 없는 것이고 그것을 유연한 것이라 여기면 부도덕한 것이라지만 레토릭으로 삼는다면 지혜로운 것이다. 김제동과 주진우가 뉴스펀딩을 한다고 해서 이건 참 재미 있게 무겁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새삼 무얼 소재로? 하던 차에 '티저' 나온 것을 보고 피식! 일부 받아쓰기 언론 기사들 보고서 다시 피식! 속칭 '삐끼'들이 티저로부터 소환되었다. 관객몰이는 순전히 일부 받아쓰기 언론 덕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모르겠다. 댓글 인기 투표로 그때그때 주제를 정한다니.... 허나 본편에서도 이게 전략일 듯싶다,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

시 쓰고 웃었다

[쓰다] 단어에 대하여 2

크고 작은 나라의 경계들에서 유랑하는 품사들이 사라지거나 명사로 바뀌는 언어의 주술이 목격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가르치다는 교육이 되고 알다는 지식이 된다 보다는 경험이 되고 느끼다는 감각이 된다 하다와 되다는 이름 없이 사물들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힘들게 살아남아 지배자들이 어떻게 지배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한다 주문은 매번 짧고 빨랐다 무슨 말인지는 너무도 분명히 들렸으나 뜻을 아는 이는 없었다 깃발을 든 명사들이 소나기처럼 몰아쳐 다녔다 모호한 것들은 단죄되고 목이 베어져 아직 빛 들지 않은 그늘에 버려졌다 아직 죽지 않은 몇몇 알다 보다 느끼다 하다 되다 있다 같은 동사들이 응달에서 다리를 잃고 딱딱하게 굳어 가고 있었다 (2015.01.10)

시 쓰고 웃었다

[쓰다] 단어에 대하여 1

학교는 명사를 가르쳤다 나는 세상의 사물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명사들은 다투어 서로 다른 깃발들을 앞세우고 세밀한 문양을 상징처럼 자신의 어깨 위에 붙였다 그때마다 경계가 생겼다 세상의 사물들이 사물들의 세상을 만들어갈 때마다 나는 단어장에 그것들의 이름을 올렸다 눈이 밝아졌다 사물들의 이름으로 가득찬 단어장은 백과사전처럼 무료했다 (2015.01.10)

시 쓰고 웃었다

[쓰다] 행에 대하여

행과 행 사이는 얼마나 먼가 얼마나 깊고 얼마나 날카롭게 아픈가 행을 만나면 한 걸음에 지나쳐 버리려다가도 매번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되는 것인가 지나가지도 않은 징검다리 하나씩 건져 올리는 것인가 사랑하지도 못하고 미워할 수도 없으면서 행을 넘어가기 전에 모든 걸 걸게 되는 것인가 티도 나지 않으면서 행 사이에 끼어서는 나는 여전히 생각하는 것인가 (2015.01.10)

misterious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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