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솔직하고 있는 대로만 말해야 몸과 마음의 진정성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념적 순수성을 교조와 혼동하면 안 된다.
표리부동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의지가 없는 것이고
그것을 유연한 것이라 여기면 부도덕한 것이라지만
레토릭으로 삼는다면 지혜로운 것이다.
김제동과 주진우가 뉴스펀딩을 한다고 해서 이건 참 재미 있게 무겁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새삼 무얼 소재로?
하던 차에 '티저' 나온 것을 보고 피식!
일부 받아쓰기 언론 기사들 보고서 다시 피식!
속칭 '삐끼'들이 티저로부터 소환되었다.
관객몰이는 순전히 일부 받아쓰기 언론 덕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모르겠다.
댓글 인기 투표로 그때그때 주제를 정한다니....
허나 본편에서도 이게 전략일 듯싶다,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
받아쓰기 언론들이 혹할 만한 '삐끼'와 '야바위꾼'이 본편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다고 해도
대형 '삐끼'가 따로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는.....
그건 조금 있다가.
"'애국소년단' 주진우 "며칠 전 톱여배우, 김제동 집에 들러""
"주진우, "북한에서 노상방뇨 경험.. 음식도 맛없더라" (애국소년단)"
"애국소년단, 뜨거운 열기 속 후원금 사용처는?"
"애국소년단 김제동 "연애 마음먹으면 가슴 물컹한 ~""
"애국소년단 김제동 "연평도 피격때 3천만원-담요 기증""
"애국소년단 독거남이 중대 발표를?"
(이것들은 각자 기사 검색을 해서 찾아 보시길)
본편 이후로도 여전히 이런 것들이 보도의 중심이 되고 있지만, 이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다른 기사도 눈에 띤다.
두 진행자가 비판해야 할 종북 프로임에 스스로 갇혔다고 문제제기하는 기사인데,
관련기사
미디어 오늘 "종북을 증명하라고? '애국소년단'식 논리의 함정"
흥미롭게도 상대 진영에서는 아직 반응이 없다.
나는 그런 기사가 왜 없을까에 오히려 관심이 가는 편이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는 대형 '삐끼'는
농담 찍- 하고 개다리 덜렁거리는 제스추어로 진행하는
대담 프로그램에 이 사람 저 사람 한두 명씩 게스트로 부르고 나서
꼭 이렇게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북한 정권이 싫어요."
"나는 김정은이 싫어요."
출연한 사람 수가 늘어날수록 출연자의 정치적, 사회적 무게감이 커질수록
건뜩만 하면 종북이니 좌편향이니 모함 받는 사람들이
무슨 고해성사처럼 이렇게 말하는데
개다리 흔들면서 말한다면
그게 종북 프레임에 갇히는 걸까, 아니면 종북 프레임을 무력화시키게 되는 걸까.
그래서 자꾸 늘어나서 더 이상 종북이라는 '용수'를 덮어씌울 사람이 없게 되면
그때는 맨 얼굴이 드러나게 되는 거 아닐까.
종북 프레임은 덮어씌운 자의 음모로도 읽히지만
그때마다 회피함으로써 유지시킨 자의 무력감으로도 읽힌다.
왜?
배신하는 것만 같으니까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처럼 자신이 여겨지기 싫으니까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은 상대방이 만든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것이니까
이럴 때에는 침묵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안 프레임을 제기해야 한다고 이미 배웠으니까
해 봐야 본전 이하인 프레임 싸움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배웠다, 나도.
그리고 프레임 전쟁에서는 대개 괜찮은 선빵 하나 잘 날리는 것만으로 이미 필승이고,
일단 한 대 맞는 순간, 코피 나는 순간, 필패가 예정된다는 것도 배웠다.
그게 프레임 전쟁의 특징이다.
그러니 매번 이 종북 프레임에서는 잘해야 본전인 것인데
못 들은 척 침묵하느냐, 그러면 침묵은 암묵적 동의라고 비난 받고
부패, 독재, 매판, 반민중, 친일 중 그나마 친일이 대항 프레임으로 괜찮았지만
종북 프레임에는 미치지 못했으니, 그러면 반박은 언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힘겨웠던 것이니,
차라리
반북으로 가는 거다.
고해성사 하는 표정 말고
(너무 티나지 않게) 개다리 떨면서.
그러다 보면, 진보는 탓할 수 없게 되고
사회주의는 중립적인 것이 되고
(미안하지만) 너네들은 극악한 놈들이 된다.
일단 한 명 초대 좀 해 봐라.
그러고는 그들은 공언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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