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1일) 일이기는 하나.....
낮부터 비는 세차장에 온 듯 쏟아져 내린다. 나는 물에 가면 필시 빠져 죽을 수밖에 없는 수영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지만, 비 구경, 물 구경에는 취미가 있는 편이라 딸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1975년이었나, 어릴 적 짚 앞 개천이 넘쳐, 기르던 몸집 큰 메리가 개집채로 떠 내려간 일이 있었다.
유난히 홍수가 많던 197,80년대에 지금은 복개가 된 불광천에 큰물이 지면 나가서 가재도구와 가축들이 떠 내려가는 걸 보는 일도 있었다.
그런 기억들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사태일 게 분명하지만 나는 상류에서 물 내려오는 게 여간 궁금한 게 아니다.
둘째 아이를 앞세우고 나선 양재천 물 구경은 불과 여나믄 걸음 걸었을 뿐인데, 무릎 위까지 빗물에 젖어 버린다.
카메라는 우산을 잡은 손의 도움까지 받아야 젖지 않을 형편이어서 정신까지 아득하다.
잠깐, 되돌아갈까 하고 생각하다가
딸 아이가 벌써 저만치 가 버린 터라 바삐 계단을 올랐다.
비는 우산을 뚫고 어깨를 적신다. (정말이닷!)
쏟아지는 비가 보이시는지.....
내가 좋아한다는 것은 비와 함께 오는 이런 한적함이다.
그래서 시골에서 맞는 비가 마음에 드는 게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양재천 윗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항상 투명인간처럼 되어 있는 법이다. 그에게는 '눈'만 존재한다. 자신을 숨기는 법이지)
하긴 이 빗속을 나처럼 물구경 하겠다고 나설 만한 사람이 있기는 힘들지.
양재천은 양쪽 산책길이 모두 잠기고 중간 높이의 산책길도 위태로워 보였다.
비가 안 오고, 흙탕물만 아니고, 유속이 빠르지만 않으면
이쯤의 수량이 좋긴 한데.......
잠시 이쪽 저쪽을 둘러 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모델로 수고해 준 둘째 딸 정윤.
희한하게도 이 친구는 비에 안 젖었다.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 -;;
저녁 되기 전에 집 밖으로 나설 일이 있어서
아이와 아내를 태우고 남부순환도로로 서쪽을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딸 아이의 작품이니 너그럽게 보아주시길.....
숭문고 앞길이다. 하수 처리가 안 되니 도로 위로 물이 용출한다.
4대강을 치수로 아는 사람들에게는 지류는 보이지 않는다.
큰 길에 물이 들면 이면 도로나 간선 도로는 파도가 치는 법이다.
오늘은 서초동 남부순환도로 상의 임광 아파트 앞, 서울고 사거리, 방배역 사거리, 서울 메트로 앞 삼거리, 봉천역 앞, 신림역 앞에서 파도 타기를 했다. 앗참! 임광 아파트 앞에서는 잠수도 할 뻔했다.
불법 유턴으로 회피 신공을 쓰기는 했지만, 나머지 길들에서 파도처럼 밀려드는 빗물에
파도처럼 쓸려 갈 뻔했다.
이것으로 또 대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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