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떤 집에, 옛날에 양풍이 집에, 아버지가 작은집 하나 뒀는데, 이 여자가 하도 지독스러워 가지고-
엄마는 살았어 죽었어?
죽었어.
그럼 작은집이 아니네. 계모지.
있을 때 있을 때, 작은집 둔 건 양풍이 엄마 있을 때야. 양풍이 엄마는 내중에 죽었지.
으응.
그래 살았는데, 이 여자가 하도 본어머이를 못살게 하고 이래서, 양풍이 어머이가 양풍이를 업고 양녀를 앞세우고 문 앞을 나설 때 산천도 울고 초목도 울었대.
그런데 그 이야기책 어디서 난 건데, 어머니.
몰라. 옛날에 느이 외할아버지가 내 어려서 읽으라 해서 읽었어. 설에 어대 놀러다니라 하나. 이런 거나 읽으라 그러지. 그런데 양풍이 어머이가 양녀를 업고 나갈 때 어데로 간다고 핸고 하몬, 옛날에 양풍이 외갓집이 잘살 때 종으로 있던 할아버지 집으로 지망(志望)하고 업고 나가니, 하마 그 종이 죽은 지 수년이 돼서 그 집터 찾아가니 쑥대밭이 됐드래.
으응. (……)
또 종을 쳤다. 이번에는 상당(上堂)에 있는 하인이 나와 어쩐 일로 이런 먼 지경에 와 어린 소녀가 그러나고 하니, 성은 양(梁)가요 이름은 풍(風)이와 녀(女)라고 했다. 엄마 찾아왔다고 하니, 잠깐만 있으라 하더니 안에 들어가 상감 있는 대 가서 십세 어린 동자, 소녀가 엄마 찾아왔다 하니, 데리고 오라 하여 들어가니, 고대광실 높은 의자에 앉아 있던 엄마, 버선발로 뛰어와, 양풍아 젖 먹고 싶어 어찌 살았느냐, 양녀야 손 아파 어찌 살았느냐, 하고, 이곳은 너희가 있을 대 아니라고, 양녀는 손목을, 싸놨던 걸 붙여주고, 너는 옥황상전 선녀 가고, 양풍이는 칼을 줘서 나라에 군사가 되어 좋은 사람 되라 했대.
그럼 양풍이가 받은 건 칼이구만.
그래. 칼.
그게 다야?
거럼 다지.
또 없어?
머? 우터하라고? 마카 잘 먹고 잘 살았다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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