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이 블로그를 찾아 찾아 들어온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쨌든 나를 개인적으로 알 만한 사람일 것이다.
내가 블로그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그 사람이라면 내가 기록 혹은 기억과 관련된 것에는 유독 집착이 강하다는 것도 잘 알테지.
그래, 계속 그래 왔고, 요즘은 필기구에 혹해 있다.
그래 봐야 능력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요놈의 능력이 뒷받침이 되지 않아서
매번 눈만 피곤할 뿐이지만....
우연히 이 친구를 보게 되었다.
보이시겠지, Pencil with broken lead
재미 있다.
뭐, 이런 상품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지만,
이런 상품은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으니, 되었다.
이 부러진 연필을 올린 친구의 앞뒤 사연을 상상해 본다.
올려 놓고 키득키득거렸겠지.
누군가 봐 줄까 하고 page view counter를 계속 살펴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화면 본 횟수의 절반은 자기가 본 걸텐데...
이때 살짝 고민됐다.
99센트인데,
아마도 배송료는 6불쯤하겠지만,
응찰해 볼까?
누군가 그걸 보고 미친 놈 하나 있군 하면서
킬킬 하면서
또 응찰해서 1불 25센트를 만들지도 모르는 일이고
장난이 재미를 더해서 9불 99센트까지 올라갈지도 모르는 일이고
재미 삼아 올린 이 친구에게는 이 얼굴 없는 사회가 만들어 가는
수요의 메카니즘에
돈 벌었다는 기쁨보다는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뿌듯함이
몇 년 간의 얘깃거리를 제공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정말 한번 응찰해 볼까 하는 고민이 되었다.
그러다가 말았다.
빠져들 것만 같아서
까짓것 하면서 이삼만원 넘게 가격을 써 넣을 것만 같아서
그만 두었다.
아쉽다.
......
이베이는 구입 여부를 떠나서 흥미로운 시장터다.
충동질만 없으면 된다.
이베이에 들르는 어떤 때에는 내 생활에 대한 반성도 간혹 갖게 된다.
처음 가 보는 여행지에서 정말 귀히 볼 것들이 많았던 거다.
수집에 관해서는 일관성이 중요한 거다, 값어치가 아니라.
사연과 내력이 있어야 소중한 거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는 꼭 있는 법이다.
물론 상품들의 대규모 전시장이라는 본질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나는 나대로 내 식대로 내 판을 벌여놓는 거다.
(2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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