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문인 李奎報의 [白雲小說]에 김부식과 정지상에 얽힌 설화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김부식이 山寺에 머물 때였다. 봄날 경치를 구경하다가 좋은 시구를 하나 얻었다.
柳色千絲綠
挑花萬點紅
버들 빛은 천개의 실로 푸르고
복사꽃은 만개의 점으로 붉어라
봄날의 울긋불긋한 경치를 너무도 잘 그려냈다. 실처럼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며, 만개의 붉은 점을 찍어 놓은듯 붉게 타오르는 복숭아꽃은 바로 봄날의 상징이 아닌가. 색채의 대비로 보나 대구를 정확하면서도 절묘하게 맞춘 것으로 보나 정말 뛰어난 구절이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얻은 것에 흡족해하며 있는데, 돌연 공중에서 정지상의 귀신이 나타나서 김부식의 빰을 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버드나무 가지가 천개인지, 복숭아꽃이 만개인지 당신이 세어보기나 했어?" 그러면서 이렇게 고치라고 하더란다.
柳色絲絲綠
挑花點點紅
버들빛은 실실이 푸르고
복사꽃은 점점이 붉어라
글자 하나를 바꿈으로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같은 글자를 연속 사용하여 운율의 묘를 살렸고, 봄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훨씬 강렬하게 들어온다. 또한 숫자를 썼을 때의 한정적인 듯한 느낌도 없다. 우리같은 凡眼으로서야 어떤 것이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김부식으로서는 귀신의 충고인데다가 최고의 시인으로 정평이 나 있던 정지상의 압력이니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김부식과 정지상은 고려중기 문단의 한시대를 풍미하면서 문명을 떨쳤는데 여러가지 점에서 비교되어 이야깃거리를 많이 남겼다. 우선 출신부터가 차이가 난다. 김부식은 당대 명문가의 자제이었고 정지상은 한미한 집안출신이다. 살아온 터전도 당시 수도였던 개경출신의 김부식과는 달리 정지상은 서경출신으로서 나이로 보아서도 두사람은 거의 부자지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김부식이 고위관직에 있을 시절에 정지상은 겨우 과거에 급제하여 낮은 관직에 근무하고 있었으니 이들의 차이야말로 비교가 안될 정도다. 그런데도 후대 사람들에 의해 두사람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정지상의 비극적인 죽음에 연유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고려의 수도를 서경으로 옮기려고 하던 인물들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난을 일으키면서 독자적인 나라를 표방한 것이 바로 '묘청의 난'이고 당시 최고 관직에 있던 김부식이 난을 진압하라는 명을 받고 제일 먼저 개경에 있는 서경파 인물들을 살해하게 되는데, 그와중에 불행하게 죽은 인물이 정지상이었고 김부식이 평소 정지상의 뛰어난 詩才를 시기하여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 마침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핑곗김에 정치적 영향력도 별로 크지 않았던 정지상을 죽여 없앴다는 것이다.
(김풍기, '옛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에서)
김억의 '복사꽃 피면'을 풀다가 과연 꽃이 어떠한가 궁금하여 찾던 중 얻은 구절이다.
柳色千絲綠
挑花萬點紅
버들 빛은 천개의 실로 푸르고
복사꽃은 만개의 점으로 붉어라
봄날의 울긋불긋한 경치를 너무도 잘 그려냈다. 실처럼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며, 만개의 붉은 점을 찍어 놓은듯 붉게 타오르는 복숭아꽃은 바로 봄날의 상징이 아닌가. 색채의 대비로 보나 대구를 정확하면서도 절묘하게 맞춘 것으로 보나 정말 뛰어난 구절이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얻은 것에 흡족해하며 있는데, 돌연 공중에서 정지상의 귀신이 나타나서 김부식의 빰을 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버드나무 가지가 천개인지, 복숭아꽃이 만개인지 당신이 세어보기나 했어?" 그러면서 이렇게 고치라고 하더란다.
柳色絲絲綠
挑花點點紅
버들빛은 실실이 푸르고
복사꽃은 점점이 붉어라
글자 하나를 바꿈으로서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같은 글자를 연속 사용하여 운율의 묘를 살렸고, 봄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훨씬 강렬하게 들어온다. 또한 숫자를 썼을 때의 한정적인 듯한 느낌도 없다. 우리같은 凡眼으로서야 어떤 것이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김부식으로서는 귀신의 충고인데다가 최고의 시인으로 정평이 나 있던 정지상의 압력이니 어쩔 수가 없었을 것이다.
김부식과 정지상은 고려중기 문단의 한시대를 풍미하면서 문명을 떨쳤는데 여러가지 점에서 비교되어 이야깃거리를 많이 남겼다. 우선 출신부터가 차이가 난다. 김부식은 당대 명문가의 자제이었고 정지상은 한미한 집안출신이다. 살아온 터전도 당시 수도였던 개경출신의 김부식과는 달리 정지상은 서경출신으로서 나이로 보아서도 두사람은 거의 부자지간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김부식이 고위관직에 있을 시절에 정지상은 겨우 과거에 급제하여 낮은 관직에 근무하고 있었으니 이들의 차이야말로 비교가 안될 정도다. 그런데도 후대 사람들에 의해 두사람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정지상의 비극적인 죽음에 연유한 것이라고 추측된다.
고려의 수도를 서경으로 옮기려고 하던 인물들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난을 일으키면서 독자적인 나라를 표방한 것이 바로 '묘청의 난'이고 당시 최고 관직에 있던 김부식이 난을 진압하라는 명을 받고 제일 먼저 개경에 있는 서경파 인물들을 살해하게 되는데, 그와중에 불행하게 죽은 인물이 정지상이었고 김부식이 평소 정지상의 뛰어난 詩才를 시기하여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 마침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핑곗김에 정치적 영향력도 별로 크지 않았던 정지상을 죽여 없앴다는 것이다.
(김풍기, '옛시와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에서)
김억의 '복사꽃 피면'을 풀다가 과연 꽃이 어떠한가 궁금하여 찾던 중 얻은 구절이다.
복사꽃이 피면
가슴 아프다.
속 생각 너무나
한없으므로.
(아름다운 새벽, 조선문단사, 1924)
'공부를 위한 준비 > 작품 더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0) | 2009.06.14 |
---|---|
[시] 오 ! 캡틴 나의 캡틴!, 휘트먼 (0) | 2009.06.14 |
[시] 화살과 노래, 롱펠로우 (0) | 2009.06.14 |
[시] 초원의 빛, 윌리엄 워즈워드 (0) | 2009.06.14 |
[시] 우리는 천국의 옷을 바라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0) | 2009.05.03 |
[시] 모음(Voyelles), Arthur J. N. Rambaud (0) | 2008.11.01 |
[글] 김시습, 世上萬事 (0) | 2008.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