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의 2021년 2월 21일 인터넷 기사에 '여여여여여여여여여..남교사 실종사건'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문자의 시각화 전략은 꽤나 선동적이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여교사의 편중이 심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 기사는 그 편중됨의 문제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을 기를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맞다. 그럴 우려가 있다. 아니다. 그거 잘못된 문제 설정이다.
사실 '성 역할 교육'이라는 것이 '성 역할 고착화 교육'으로 여겨질(최대한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우려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면, 기사의 '다양한 시각'은 섣부른 논리화를 전제한 것이 맞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서 다수의 여교사와 이른바 '다양한 시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어려운 것이 매일반이다. 남교사가 남성 역할 모델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도 고정 관념을 전제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여교사가 남성 역할 학습의 좋은 교육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믿으라고 학부모에게 요구할 수도 없다. 그렇게 할 교육 콘텐츠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남성ㅡ혹은 남녀ㅡ이 남성ㅡ남녀ㅡ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콘텐츠들은 있다. 그런데 각각의 성 역할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이것을 변동성을 가진 개념으로 가르치는 문제와 개념으로서 무화시키는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잘못된 문제 설정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여교사의 비율이 매우 높아진 교육 현장'의 기사적 문제성은 잘못된 해결책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는 교육 정책상 남교사의 배치가 이슈가 될 수 있겠지만, 애당초 임용되는 남교사가 적은 까닭에 문제 해결이 될 리 없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대 입학시 성별 쿼터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어서 임용시험에서 남교사 할당제를 시행하는 것은 이중 혜택이라는 것도 잘못된 문제 접근이다. 어떤 교육을 위해 교사를 임용하는지를 보아야 한다. 여교사가 더 많이 임용되는 것은 여성에게 더 경쟁력이 있는 교원 임용 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임용된 교사의 성비 문제를 임용시험을 위해 어떤 성별이 더 열심히 준비했느냐로 환원하여 생각할 것이 아니라면....) 논리적으로라면 여교사가 더 필요한 교육의 목적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 여교사가 더 많다는 게 문제라면, 교육의 목적과 교원 임용 제도가 적합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교원임용시험이나 교원양성체제에서 그런 것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던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사회적 차원에서 문제를 진단한다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여 '우수한 남성 인력이 교직을 왜 외면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이들의 교직 유인을 유도할 만한 장려 정책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교총 대변인도 그렇고, 기자도 그렇고, 남성들에게 교직이 매력적이지 않아 그렇다니!
생각해 보니, 그게 현실이었던 때가 있기는 했을 것이다. 1996년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신문에 실리는데 1990년대 전반기의 관련된 기사 흐름을 정리해 본다.
1978.09.23 조선일보 敎職(교직)꺼리는「국립師大卒(사대졸)」
1983.01.29 조선일보 전국 師大(사대)합격자 여학생 66%
1983.01.28 동아일보 師大(사대) 女學生(여학생)진학 急增(급증)
- 이같은 현상은 교직이 남학생들사이에서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데다 특히 올해입시에서는 학력고사과목중여학생들의 선택과목이 남학생에 비해 너무 쉽게 출제돼...
1983.01.28 매일경제 전국 32개師大(사대) 합격자 66%가 여학생
1984.01.13 조선일보 敎壇(교단)은「禁男(금남)의 집」도 아닌데…… 남학생 敎大(교대)지원 계속 줄어
- 權(권)군은『남학생들이 교직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교사의 처우와 사회적 인식이 낮기때문일것』이라고 말했다.
1984.01.14 조선일보 敎職(교직)의 女性化(여성화)
- 83년도 전국敎大(교대) 신입생 선발에서 80%이상의 합격률을여학생이 차지했다.中等(중등)교원양성기관인 사범대학에서도 여학생 합격률이 60%이상이었다.
1984.05.16 조선일보 敎職(교직)에 대한 처우
- 서울의 初任(초임)중학 교사중 여교사의 81%가 교직에 만족도를 보인 반면,남교사는 59%에 그쳤다.
1985.11.03 조선일보 敎職(교직),매력있게 하자면
- 이와함께 교원의「女性化(여성화)」추세도 교육계의 심각한 관심사가 되고있다.
1986.11.25 조선일보 진학·취업「男女(남녀)비율」타당한가
1989.05.11 조선일보 中高(중고)교사 임용 国立(국립)우대 철폐
1989.11.02 경향신문 敎師(교사)임용 男(남)·女(여)쿼타制(제)로
- 문교부도 이같은 교직의여성화를 막기위해 지난해1월전국11개 교육대학 입학정원에 여학생비율이 60~70%를넘지못하도록 제한한 바 있으며
1989.11.17 동아일보 국립師大(사대) 인기 시들
- 92학년도 입시에서 제주교대는 사상 처음으로 여학생이 모집정원 60명 전원을 차지해 국교 교단의 여성화논란을 새삼 불러일으키고 있다.
1990.01.05 조선일보 지방国立師大(국립사대) 합격선 큰폭下落(하락)
- 이 대학 지원자의경우도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의 수준이낮아져 여학생대 남학생의사정비율을 종전의 60대40에서이번에는 70대30으로 조정하기까지했다고 한 관계자는설명했다.
1992.01.25 한겨레 여교사 급증"걱정-기우"논란
1992.02.25 한겨레 고려대사대 여학생 많아
1992.05.17 경향신문 女大生(여대생)들 공무원시험 집중 공략
- ...9급공무원시험준비 수강생 5백여명중 여성이3백50여명으로 전체의 6...
1992.10.09 조선일보 교대 남학생 격감 임용고시 재고를
- 국민학교 남자 교사들에게예비역하사관 후보생제도를두어 군복무를 면제토록 하였는데 이 제도를 폐지하였다.그러자 교대를 지원하는남학생은 그숫자가 줄어들었다.
1992.11.16 한겨레 교원 양성제 다시 검토할때
1994.12.28 조선일보 수능강세 여학생 어문계 몰려
1995.12.27 조선일보 여학생들 본고사기피 어문계 몰려
- ...여학생들이 수능시험에서 점수가 잘 나온것으로 분석됐다』며『올해특차에서는 이들의 강세가예상된다』고 말했다.여대선호에는 여학생의 안정하향지원 추세도 한몫 한것으로 보인다.
1996.05.15 동아일보 초등학교「男(남)교사임용 할당제」추진
- 초등학교「男(남)교사임용 할당제」추진 「女(여)교사편중」해소위해 서울 男(남)교사 27%올 시험합격 5.6%뿐 임용委(위),교육부에 건의...
1996.05.17 조선일보 남교사 할당제 추진 또다른 성차별 유감
1996.06.05 한겨레 고령화 여성화하는 교사직
1997.03.10 경향신문 '여교사 편중에 남자아이들 여성화(?)' '물증'없는'심증'공방
1998.12.08 경향신문 여학생 수능 강세
1999.11.10 한겨레 대학에 남학생 할당제라니
- 이유인 즉, 완전경쟁을 하면 여학생의 성적과 실력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과 전체에 남학생이 한 명도 못 들어오기가 십상이어서 아예 출발점부터 다르게 하는‘배려’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교직 기피는 70년대부터 이미 고착된 문제 현상이었다. 기본적으로 교직이 박봉이고 직업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별로 없었다. 70년대까지는 교원 양성은 기술적 차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사대에 여학생 입학 비율은 80년대에도 이미 과반을 넘고 있었고 교대의 경우는 '교직 여성화' 이슈가 계속 문제되고 있었다. 국립사대의 의무 복무, 말하자면 무시험 교원 임용이 위헌 판정이 난 1989년 이후로는 국립 사대의 인기도 시들어지면서 사대의 합격선도 큰폭으로 하락했다.
본고사 제도가 수능의 도입으로 점차 사라지게 되면서 여학생의 대학 진학에도 큰 변화가 생겼는데, 이른바 상위권 대학의 성적 분포에서 낮은 쪽에 해당하는 사범대의 학과들은 상대적으로 수능 제도의 혜택을 입은 여학생들이 큰 비중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여학생들은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여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기대는 높은 반면 취업을 위한 준비가 구체적이지 못했지만, 이때에도 이미 공무원과 교직에 대해서는 준비가 잘 되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흐름을 크게 정리하면, 이미 90년대까지도 교직은 낮은 처우와 직업적 정체성으로 인해 인기가 없는 직종이었는바 국립 사대의 혜택이 철폐되고 군 복무 경력 인정이 사라지면서 남학생의 교직 기피는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수능 제도의 도입으로 대학 진학 비율이 높아진 여학생의 경우 선호 직업군에 해당하는 교직이 입시 성적 면에서도 유리한 사범대 진학을 증가시키는 영향 요인이 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기사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임용시험제도도 이러한 경향을 강화시키는 영향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제도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제도로서 정착되면서 어떤 경향성을 갖게 되면 그 다음에는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부수적 요소들로 보완되며 완고해지는 특성이 있다. 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를 경과하면서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 큰 경제적 위기가 두어 차례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현재의 사회인들이나 예비 직업인으로서 준비하는 대학생들이나 발전 가능성이나 자기 실현 같은 미래 지향적인 목표보다는 직업 안정성이나 노후 보장 같은 현실 지향적인 목표가 직업 선택이나 준비에 더 크게 작용하게 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심지어는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IMF 때 이미 직업 선호도 조사의 1위는 교사, 공무원이었고, 그 이후 각 시기마다 관심 대상이 되는 한두 개의 직업-예컨대, 축구선수, 유튜버, IT개발자 같은-이 1위를 차지하곤 했지만 여전히 상위권 직업으로 이 두 직업은 선호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학생의 사대 입학 비율이 낮고 교직 진출에서는 계속 낮아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내 판단으로는 그 원인은 교직으로 유입되는 과정의 여러 관문들, 예컨대 대학 입학 전형 제도라든가 교원 임용 제도 같은 것들이 여교사 증가의 추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작동하고 있는 데 있다. 남교사를 늘리고 싶다고 해도 이 제도를 유지하는 한 무망한 일이라고 전망한다. 남교사를 늘려야 하는 이유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 해결도 난망이다. 그런데 단지 남교사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여전히 교사를 양성하는 일에서 그리고 선발하는 일에서 지금과 같은 관점과 인식을 유지한다면, 남교사가 적은 것이 왜 문제가 되겠는가? 다만 자신들의 성 역할 인식에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겠지.
하지만 교사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달라지고 교사의 자질과 역량에 대한 기준이 바뀌게 된다면, 그에 따른 교원 임용 제도나 양성 체제는 바뀌어야만 하는 문제적 현실로 달라보일 것이다.
한 가지 더.
교사 처우 개선에 대한 기사만 대충 모아봐도 이 이슈가 십, 이십 년 된 문제가 아니다. 박봉, 교육 부패, 교권 보장, 교육 개혁 등의 모든 문제에서 처우 문제가 제기되었고, 우수 인재의 교직 기피도 이 맥락에서 다루어졌다. 거꾸로 말하면, 교사의 처우 개선은 기본적이고 보편적 차원의 문제인 것이지, 그것이 남녀 교사의 성비 불균형의 핵심 고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1978.09.28 동아일보 青瓦臺(청와대)회의 朴大統領(박대통령)지시 教師處遇(교사처우)개선에 最善(최선)
1981.01.27 경향신문 敎師(교사) 처우改善(개선)을
- 敎師(교사) 처우改善(개선)을 산업사회의 일꾼을 기르는학교의 교사들은 그산업사회가 가져다주는 富(부)나 번영을자기들이 기여한만큼 받지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1986.09.24 동아일보 「높아질敎壇(교단)」處遇(처우)개선 宿題(숙제)
- 이번 교개심시안에서 제기된 교원의 자질향상은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사들의 경제적 사회적처우개선이 선결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는문제라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1987.03.24 경향신문 敎師(교사)처우 대폭改善(개선)
1989.07.21 동아일보 教師(교사)가 우대받는 社會(사회)
1993.11.27 매일경제 우수교원 확보 교육의 질 높여야
1994.03.10 한겨레 교사처우 개선이 교육부패 막는길
- 교사처우 개선이 교육부패 막는길 지난 4일치〈한겨레신문〉18면의 교사 87%‘교육계부패 심각’제하의 기사를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1995.03.15 동아일보 긴급진단 교육제도 (5) "교사 처우개선「質(질)」높이자"
- 긴급진단 교육제도 〈5〉 "교사 처우개선「質(질)」높이자" 박봉에 잡무많아 인재들 떠나 사범대학을 나와 3년간 사립중학교 교사생활을 한 S씨(29)는 지난2월 사표를 던지고 유학준비를 하고 있다.
1995.06.06 동아일보 전문가 의견 처우개선 통해「교사신뢰」여건 만들어야
- 사회적 지위나 보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는 우수인재들이교직을 기피하는현상은 교육의 백년대계를 생각할때 심히우려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사에 대한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연수기...
1996.11.07 경향신문 교사 처우개선 국회청원
- 교사 처우개선 국회청원 전교조 6만6천여명 서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丁海淑(정해숙))은 6일 교원연구수당 신설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교육환경과교원 처우개선을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1996.10.24 조선일보 교사 처우개선 요구 「물욕때문」매도 섭섭
- 교사 처우개선 요구「물욕때문」매도 섭섭 18일자 독자의견란에「‘교사박봉’생각나름,3개월 방학 호조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교사」란 직업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글이다...
1997.04.26 경향신문 "교육개혁은 교사처우 개선부터" 신임 교총회장 피선 김민하 전중앙대총장
- “교육개혁은 교사처우 개선부터” 신임 교총회장 피선 김민하 전중앙대총장 촌지추방 운동 전교조와 대화 동반자 관계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25일 서울 우면동 교총 강당에서 대의원대회를 갖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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