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학교는 교육과정 편성, 개설 과목의 축소를 유도, 강제하고 있고 그 때문에 내 전공 분야 편성 과목들도 줄어들고 있다. 몇 년 동안의 보직 수행으로 맡을 수 있는 과목이 한두 과목으로 줄어 들게 되었던 터라 후배 교수들에게 나머지를 부탁했던 차였는데, 이제는 원래부터 그들의 과목이었던 것처럼 잘 해 내고 있는 그들로부터 강의를 돌려받기가 부담스럽다. 교수별로 책임 시수라는 것이 다 있으니, 그걸 건드리게 되는 것도 말하기 어려운 일이다.
편성 과목과 개설 과목이 모두 축소, 재조정의 대상이 된 마당이니, 이 참에 앞으로 8년 동안 무슨 공부를 하며 어떤 수업을 맡을지 검토해 보자. [그리고 몇날을 두고 검토해 보았다.] 그리고 큰 줄기로 한국 문학 전반을 다루는 강의들과 국어교과교육론의 전체 흐름을 읽게 해 주는 강의들을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닌 척하기는 해도 어느덧 학과의 나이 든 교수로서 해야 할 것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개론은 원로 교수가 맡는 것이 마땅하다고 얘길 하고 다녔다. 강사 시절부터 개론을 가르치는데 너무 힘들었다. 아는 것도 없이 말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공허한 일이다. 이제 나이 먹었다고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내 생각이라는 것이 생기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할 만한 부끄러움도 생겼다.(맞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할 때의 감정이야말로 부끄러움이다. 그러니 그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하는 수 없이 자복하고 공부하는 편을 택하는 게 나이 들어가며 배운 일이다.) 그래서 이제는 개론과 사를 강의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왕 삼십 년 넘게 현대문학을 공부해 왔으니 이제 찬찬히 공부하면서 전체 그림을 그리는 법도 배우고 해야겠지.
국어교과교육론의 과목들은 기왕에도 맡아 왔던 것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전에는 어떻게 해서든 수업을 적게 하겠다고 누군가 강의를 맡길 만한 사람을 찾아 두리번거렸던 데 비해, 이제는 맡을 수 있는 과목도 줄어들었겠다, 전체 흐름을 모두 맡아 강의를 하면서 그간 다루었던 주제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며 공부의 인생도 정리하기 시작하려는 마음이 생겼다는 정도... 다만 개설 과목 수의 총량 제한 때문에 어떤 과목은 격년으로, 어떤 과목은 (필요하다면) 단위 수를 줄여서라도 맡아볼 여지가 있을 뿐.
아래와 같이 목록을 작성해 놓고 보니, 담당 시수가 꼭 적지만은 않을 듯하다. 인성코칭이나 진로코칭 같은 학생 지도 과목도 별도로 있고 이러닝 팀티칭으로 개발해서 운영해 온 '문학/예술과 함께하는 인성' 과목도 있어서 한동안 격지 못했던 수업 복도 넘칠 듯하다. 이제 11월부터는 내년 1학기에 다시 맡게 될 과목들을 준비해야겠다.
1-1. 국어교육론
1-2. 국문학개론Ⅱ
2-2. 국문학사II
3-1. 국어교재및연구법
3-1. 국어과교수학습방법론
3-2. 현대시론
4-1. 국어교육평가론 (격년)
4-1. 국어교육연습 (격년)
써 놓고 보니, 이번 교육과정 개편 의논에서 반영시키려고 오래 생각했던 몇 가지 변화 방향이 더 있다. '국어과교수학습방법론'은 그동안 3학년 2학기 때 개설했던 것인데, 이는 4학년 1학기의 학교현장실습을 준비하는 성격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과목 운영을 해 보니 학교현장실습 외에도 실제 적용해 봐야 할 내용학 각론 과목들과 국어교육평가론 과목을 병행하기가 어려웠다. 사범대 학장을 할 때, 그리고 이렇게 학기를 당겨 보면 당장에는 힘들다고 하더라도 학교현장실습을 3학년 2학기에 실시하는 것이 갖는 장점도 실제 검증해 볼 수 있다. 미리 준비하는 의미에서 학기 조정을 해 보려 한다.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중에 하나씩 얘기로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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