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중, 2021.02.28)
어느 날 신경 가닥이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 한 올 한 올마다 감각들이
살아났다
머리카락은 모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어떤 군인들은 모자를 대신해 제복을 화려하게 맞춰 입었고
계급을 수놓을 원사의 색상 표준화가 시급하고 중요한 안건이 되었다
어떤 군인들은 머리카락을 불온사상의 온상으로 금지시켰다
감각을 기피하는 유행이 계속되었고
병졸들에게는 고통이 억압의 다른 이름이었다
머리카락은 조금이라도 자라면서 무거워 감당하기 힘들었다
긴 머리카락은 보험 적용을 못 받는 사람,
그 대신 짧은 머리카락은 신부, 승려, 목사가 맡았다
세상은 구원받지 못한 곳,
묶어놓아도 아프고 땋아놓아도 아팠다
묶지도 땋지도 않고 풀어놓아도 바람에 나부끼니 고통스러웠다
머리카락으로 먹고 살던 이십이만 명의 미용사들이
마취과 의사 면허를 따고 삽십이만 명이 된 의사들이
육만 육천 개였다가 십칠만 육천 개가 된 병의원에서
환자들을 기다렸다
의사가 마취를 하고 머리카락을 다듬고
의사가 마취를 하고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커트, 펌, 스타일링에 따라 보험률이 결정되었고
위선적인 부자들에게는 갈 수 있는 병의원이 너무나 많았다
머리카락은 젊은 날의 사랑처럼 다 자라나기도 했다
연인들은 어깨를 기대고 머리를 맞대어 머리카락 틈새로
스치는 바람보다 더 강하게 자극하는 머리카락의 감각을 공유했다
생활이 고통스러울 때마다 사랑은 머리카락으로 기억하자고
젊은이들 두엇에 하나씩은 머리카락을 내버려두기도 했다
다행히 고통을 줄여주는 샴푸가 인기리에 판매되었다
긴 머리를 날리며 밝은 미소를 보이는 그녀는
다른 세계에서 온 요정인 것마냥 어떤 고통도 없어 보였다
(2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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