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this. Freedom is a pure idea. It occurs spontaneously and without instruction.
Remember that the frontier of the Rebellion is everywhere. And even the smallest act of insurrection pushes out lines forward.
And then remember this. The imperial need for control is so desperate because it is so unnatural. Tyranny requires constant effort. It breaks. It leaks. Authority is brittle. Oppression is the mask of fear.
Remeber that. And know this, the day will come when all these skirmishes ad battles, these moments of defiance will have flooded the banks of the Empire's authority and then there will be one too many.
One single thing will break the siege.
Remember this. Try.
- 'Karis Nemik's manifesto (from "Andor", Season 1 Episode 12, "Rix Road")
명심하세요. 자유는 순수한 관념입니다. 그것은 자생적으로, 지시 받지 않은 채 나타납니다.
명심하세요. 봉기는 어디서든 일어납니다. 가장 작은 반란 행위도 전선을 전진시키죠.
그리고 명심하세요. 제국이 그렇게 간절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폭정은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부서지고 새어나가며 그 권위는 불안정합니다. 억압은 공포의 가면일 뿐.
명심하세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이 모든 교전과 전투, 저항의 순간들이 제국의 권위라는 둑방을 넘쳐 흐르고, 하나였던 것이 수많은 것으로 바뀔, 그날이 올 겁니다.
단 하나의 것이 그 둑을 무너뜨릴 것입니다.
명심하세요. 시도하세요.
이 인용은 폭정에 대한 봉기의 이유를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것으로부터 이끌어낸다. 구구절절 설명함으로써 구구절절 설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뿐 아니라 시작부터 쓸모 없다. 이것에 경쟁적인 관념이 또 있을까?
스타워즈 로그원의 외전 격인 '안도르(Andor)' 시즌1에는 젊지만(어리지만?) 천체항해술에 능하고 사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으며 사상이 깊은 Nemik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참여 인물들의 저마다 다른 동기로 인해 도둑질과 탈취와 항거의 복합적인 사태가 되어 버린 알다니 작전(이쯤 되면 이 짧은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안도르'를 봐야 한다.)에서 무사히 탈출하는 듯했지만, 탈출 비행선 내의 화물에 끼어 결국에는 죽고 만다. 그가 죽으면서 안도르에게 남긴 것이 바로 이 매니페스토(선언)인데, 레딧(Reddit)을 포함한 인터넷에서는 이것이 벌써 무수히도 인용문으로 복제되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모르고 드라마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옮겨 적느라고 고생했네.....)
네믹의 매니페스토는 선언(->연설->웅변)으로도 잘 쓴 글이다. 사실 이런 글에 대해서는 청중에 맞게 쉽고 명확해야 한다는 언어 상식이 작동하곤 하는데, 내 생각에는 주제가 명확하고 쉬우면 그 사이의 표현들은 오히려 간략하되 모호한 것일수록 더 주제를 잘 부각한다고 본다. 청중의 입장에서는 연설이든 웅변이든, 혹은 선언이든 남겨진 말들에 멈추어 그 의미를 음미(!)하게 될수록 주제를 향해 나가는 선언자(혹은 웅변가, 혹은 연설자, 그 누구든)의 말에 주목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잘 이해되지는 않더라도 그 내용이 같고 그 방향이 같게 느껴지는 뉘앙스를 공유하게 되면, 오히려 주제의 출현을 기대하고 목말라하고 적극적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명심하라'(라고 처음에는 옮겨 쓰다가 블로그 글로서 조금 부드럽게 나타내기 위해 '명심하세요'로 바꾸었다.)를 반복적으로 말할 때 발생하는 리듬감과 도치된 문장으로 인해 주목하게 된 주제의식이 시적으로 느껴졌다면,지금 읽고 있는 부분에 멈추어 마우스든 키보드든 건드리지 말고 이 선언이 무얼 말하고 있었는지 떠올려 보라.아마도 "Remember this, Try." 하나 남아 있을 것인데......
PS. 먼저 읽었던 독자분들은 제목이 바뀐 걸 아셨을텐데, 그래서 흔적처럼 남겨두었다. 글을 쓰고 보니, 내 인용구는 바뀐 제목이 맞는 듯하다.PS. 처음에는 "Freedom is a pure idea."에 꽂혀서 글을 옮기고 쓰기 시작했는데, 듣다 보니(드라마로 본 것이니까) 다른 문장이 귀에는 더 오래 잔상으로 남는다. 내 언어 경험과 배경지식 때문일 것이다. "Oppression is the mask of fear." 곧, '억압은 공포의 가면이다.'가 그것이다. 독재자의 폭정이 그의 권력이 불안정함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 의미는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더 근본적인 인식에 기반한다. 마땅히 나는 이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므로 세익스피어의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법한 이 진술을 여성 억압에 대항했던 히잡 두른 이란의 여성들에게까지도 낙인처럼 붙이고 마스크와 폭압을 단순 연결하여 논리화하려 했던 '그들'은 두려움의 마스크를 끼고 있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독자 여러분이 떠올렸을 'V for vendetta'의 그 마스크를 생각해 본다면, 저항하는 자들의 마스크에 대해서는 인용한 문장으로부터 단어들의 순서를 바꾸어 설명할 수 있다. "The mask hides the fear of oppression." 억압 앞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결단하는 것이지만, 모두가 그리할 수는 없다.
아주 작은 반란 행위들"은 군중 안에 자신을 숨긴 수많은 피억압자들이 일으키며, "둑을 무너뜨리는 단 하나의 것"은 죽은 자로서 마스크를 벗은 마바(드라마에서 주인공 안도르의 양어머니이며 저항군의 한 사람)가 "제국에 맞서 싸우라!"고 나섰을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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