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위한 준비

공부를 위한 준비/작품 더 읽기

[시] 모음(Voyelles), Arthur J. N. Rambaud

 검은 A, 흰E, 붉은I, 푸른U, 파란O : 모음들이여, 언젠가는 너희들의 보이지 않는 탄생을 말하리라. A, 지독한 악취 주위에서 윙윙거리는 터질 듯한 파리들의 검은 코르셋, 어둠의 만 ; E, 기선과 천막의 순백, 창 모양의 당당한 빙하들, 하얀 왕들, 산형화들의 살랑거림. I, 자주 조개글, 토한 피, 분노나 회개의 도취경속에서 웃는 아름다운 임술, U, 순환주기들, 초록 바다의 신성한 물결침, 동물들이 흩어져 있는 방목자으이 평화, 연금술사의 커다란 학구적 이마에 새겨진 주름살의 평화. O, 이상한 금속성 소리로 가득찬 최후의 나팔, 여러 세계들과 천사들이 가로지르는 침묵, 오, 오메가여, 그녀의 눈의 보랏빛 테두리여!

공부를 위한 준비/작품 더 읽기

[글] 김시습, 世上萬事

언문풍월(諺文風月)이란, 한글과 한자를 섞어서 오언, 칠언의 한시체에 끼워 맞춘 것을 말한다. 예컨대 “菊秀寒槎發(국수한사발)”은 뜻으로 파악하면 “국화는 빼어난 찬 그릇에 핀다”는 의미가 된다. 김삿갓의 희작시는 민간에서의 한자 사용기법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를테면 점잖은 사대부들에 대한 독설을 시격(詩格)으로 승화시켰다는 얘기다. 그의 시들이 엄숙한 사대부에게 비판을 받은 반면 궁벽한 촌구석 농민이나 서당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은 이렇듯 세태를 꼬집는 풍자적 내용과 함께 양반의 문자인 한자를 파격적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이었다. 미상불, 김삿갓의 시라고 전해지는 작품 가운데 희작적 성격을 가진 많은 작품들이 비속한 욕설이나 조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육담의 욕지거리는 야한 것이 아니라 뒤틀린 세상 ..

공부를 위한 준비/작품 더 읽기

[문학자료] 복사꽃 붉어라

고려시대 문인 李奎報의 [白雲小說]에 김부식과 정지상에 얽힌 설화적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김부식이 山寺에 머물 때였다. 봄날 경치를 구경하다가 좋은 시구를 하나 얻었다. 柳色千絲綠 挑花萬點紅 버들 빛은 천개의 실로 푸르고 복사꽃은 만개의 점으로 붉어라 봄날의 울긋불긋한 경치를 너무도 잘 그려냈다. 실처럼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며, 만개의 붉은 점을 찍어 놓은듯 붉게 타오르는 복숭아꽃은 바로 봄날의 상징이 아닌가. 색채의 대비로 보나 대구를 정확하면서도 절묘하게 맞춘 것으로 보나 정말 뛰어난 구절이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얻은 것에 흡족해하며 있는데, 돌연 공중에서 정지상의 귀신이 나타나서 김부식의 빰을 치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버드나무 가지가 천개인지, 복숭아꽃이 만개인지 당신이 세어보기나 했어?" 그..

공부를 위한 준비

[성찰] '죽은 빨간 병아리' 쓰기에 대해

새롭자고만 쓰는 시는 아니지만, 쓰고 나서 며칠 지나 보면 시는 어느새 먼저 태어난 것들을 많이 닮아 있다. 아마도 쓰고 나서 차츰 닮게 되는 것 같고, 어쩌면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닮아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닮지 않기를 의식한 적이 없으니 닮기를 의식한 적도 없을 터인데, 이것 참, 곤란하다. 눈에 밟히니 온전히 내것 같지도 않고 아닌 것 같지도 않다. 온전하다는 말이 무리다, 하고 위안하려고 해도 신장개업해 놓고 이웃 중국집 짜장면 흉내낸 것 같은 꺼림직한 느낌이 가셔지지 않는다. 호흡론을 제기해 놓고, 나는 과연 어떤 호흡으로 말을 꺼낸 걸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면, 내 자연스러운 호흡이 시로 모습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표현의 강제 같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테면 바로 앞의 시..

misterious Jay
'공부를 위한 준비' 카테고리의 글 목록 (12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