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막차가 심야로
바뀌고 나서 안도의 왁자지껄함이 방해 없는 침묵으로 함께 바뀌었다 바뀌었는데 아무도 기척도 않고 사방이 고요하고 바뀌는 게 없다 우습게도 휴식도 모멘텀도 사라졌다 일년 삼백예순날이 계속 돌아간다 덜컹거리는 것도 없이 바뀌는 것도 없이 (2008.04)
바뀌고 나서 안도의 왁자지껄함이 방해 없는 침묵으로 함께 바뀌었다 바뀌었는데 아무도 기척도 않고 사방이 고요하고 바뀌는 게 없다 우습게도 휴식도 모멘텀도 사라졌다 일년 삼백예순날이 계속 돌아간다 덜컹거리는 것도 없이 바뀌는 것도 없이 (2008.04)
- 오늘의 할일은 내일로 미루고 부지런히 부르면서 - 내일의 할일은 하지 않는다 무언가를 하는 건 결국 마찬가지라는 -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알고 보면 더할 수 없이 심오한 저항의 노래를 부르면서 -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싱겁게 웃으면서 - 아니다 노는 게 더 좋다 놀면서 - 아니다 노는 게 더 좋다 공부와 마찬가지인 놀이를 즐겼지 - 오늘의 할일은 내일로 미루고 불안한 공기를 떨쳐내려고 - 내일의 할일은 하지 않는다 뿌리치려고 -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골방에 들어가 계속 놀고 - 노나 공부하나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골방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하고 - 아니다 노는 게 더 좋다 개중엔 내일의 시위를 준비하고 - 아니다 노는 게 더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저항은 - 오늘의 할일은 내일로 미..
열에 일곱 여덟은 필시 이렇게 시작한다 큼타칫 큼타칫 큼타칫 큼타칫 듣는 순간 내 머리는 곧장 번역을 시작한다 쿵닥 쿵닥 쿵닥 쿵닥 익숙하고 편하면 그걸로 족한 거다 심장을 조율하고 몸에 살풋 열이 오르면 앳된 스물의 백인 아이들이
기어이 둘이 마주섰을 때 태양은 아침을 막 지났고 서글픈 둘의 과거는 기억의 들판 이곳저곳에 쓰러져 있었지 잴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아프게 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의 옛일을 호명하며 이별을 정당화하고 있을 때 바람이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갔네 그리로 햇살은 밀려들어와 그림자 안쪽의 그림자 아닌 곳에 그림자를 만들고 밝고도 어두운 당신이 거기 있었네 우울하고 우울한 내 안쪽 나 아닌 곳의 (2008.05)
내 집 앞을 지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내 앞집 남자다 매일 같이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주머니에서는 매일 다른 소리가 울린다 그는 얼굴도 본 적이 없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는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내 집 앞을 지나며 소리를 울린다 그는 수상쩍은 내 앞집 남자다 매일 달라지는 주머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다 그것은 본 적도 없고 상상하기에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지만 그 물건은 그가 가진 전부일 게다 한때는 댕글댕글 보글보글 이런 소리가 들리다가 요즘은 왈강달강, 부스럭거리는 수상쩍은 소리를 낸다 그러면 그 남자는 조심스럽게 집 앞을 지나쳐 소리를 숨기려 하지만 수상쩍은 소리를 내는 그 주머니는 수상쩍은 내 앞집 남자의 사정을 공포라도 하듯 외려 소리를 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