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

공부를 위한 준비/단서들

[시쓰기] 시 쓰기를 점검할 때 고려할 만한 기준

1. 시로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 시의 산문화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시를 통해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산문이 된다. - 설명을 하고자 한다면 굳이 시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를 쓸 계획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 시에서 상상이 지고의 가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설명이 상상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것 정도는 알고 시를 써야 한다. 2. 구체적인 진술 안에 함축을 넣는다. - 추상적인 진술에 함축을 넣으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 선택 대상이 없는 애매성은 선택 단서가 없는 모호성과 달리 미완성일 뿐이다. - 구체적인 진술은 체험의 매개로서 이미 훌륭하다. 3. 빼도 된다면 빼야 하는 것이다. - 생략하고 축약하고 함축적인 어휘로 바꾸어 쓴다..

나/한 아이 돌아보았네, 나는

[1978]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둘이서, 이 기쁨, 떠나는 우리 님

이상하게 어설픈 듯, 단순한 듯, 지루한 듯, 이상하게 첨단의, 계산되어 있는, 놀라운, 1978년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산울림 2집)는 세계는 커녕 한국의 현실도 제대로 알 리 없는 내 중학 시절 인생에 개입한 산울림의 곡이다. 밴드를 하고 있던 진외종숙에게 기타를 배우면서 미국 팝들에 물들고 있었던 나에게 라디오와 악보는 서로 다른 시기를 동시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매개였다. 라디오 방송이 들려주는 동시대적인 노래들이 정말 같은 해의 유행곡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한두 해 이내의 곡들이었으리라. 하지만 라디오 음악보다 더 친숙했던 것은 기타로 튕겨보는 악보의 곡들이었다. 이 곡들은 악보책이나 악보 클립들의 상품 시장 여건으로 인해 단순하고 짧은 곡을 담을 수밖에 없었기에 ..

시 쓰고 웃었다

[自作詩] 느리게 혹은 느릿느릿하게

몸은 느리게 반응하는데 마음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다 느릿느릿하게 느림을 연기하면서 느린 반응을 핑계대지만 느리게 느릿느릿함을 연기하면서도 마음은 조바심에 쪼그라들고 있다 어찌해야 하나 그이의 말에 한마디 대답으로 온 세상이 달라질 것을 (2021.03) ※ 수시로 현실과 꿈(무의식) 사이를 넘나들며 인셉션 작업을 수행하던 주인고 코브는 아내 멜이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심한 우울증에 빠지자 꿈 속에 그녀를 보호할 림보, 즉 무의식이 무한히 겹쳐진 공간을 구축한다. 이 세계 속에서 멜은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한다. 나아가 실제 현실을 무의식 속이라고 생각하면서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데 이로 인해 실제로 죽음을 맞게 된다. 아래의 해변 장면은 코브가 멜의..

공부를 위한 준비/작품 더 읽기

[작품읽기] 이런 시(詩), 박목월

슬며시 다가와서 나의 어깨를 툭치며 아는 체 하는 그런 詩, 대수롭지 않게 스쳐가는 듯한 말씨로써 가슴을 쩡 울리게 하는 그런 詩, 읽고 나면 아, 그런가부다 하고 지내쳤다가 어느 순간에 번개처럼 번쩍 떠오르는 그런 詩, 투박하고 어수룩하고 은근하면서 슬기로운 그런 詩 슬며시 하늘 한자락이 바다에 적셔지 듯한, 푸나무와 푸나무 사이의 싱그러운 그것 같은 그런 詩, 밤 늦게 돌아오는 길에 문득 쳐다보는, 갈라진 구름 틈서리로 밤하늘의 눈동자 같은 그런 詩. 이 작품이 수업에서 사용이 되기라도 했나? 갑자기 몇 번의 구독수가 생겼다. 그걸 알게 되고 나서 들어와 보니, '응, 나중에 이 시를 가지고 엮어읽기든 작품 해설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적어 놓았던 것 같다. 그러고 한참을 잊고 있었던 셈인데, 비공..

misterious Jay
'2021.03' 태그의 글 목록 (2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