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로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 시의 산문화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시를 통해 뭔가를 설명하려고 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산문이 된다.
- 설명을 하고자 한다면 굳이 시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를 쓸 계획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 시에서 상상이 지고의 가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설명이 상상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것 정도는 알고 시를 써야 한다.
2. 구체적인 진술 안에 함축을 넣는다.
- 추상적인 진술에 함축을 넣으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 선택 대상이 없는 애매성은 선택 단서가 없는 모호성과 달리 미완성일 뿐이다.
- 구체적인 진술은 체험의 매개로서 이미 훌륭하다.
3. 빼도 된다면 빼야 하는 것이다.
- 생략하고 축약하고 함축적인 어휘로 바꾸어 쓴다고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 하지만 불필요하게 말이 덧붙고 길어지면 호흡의 율동성이 위축되는 것은 분명하다.
- 시어의 함축성은 호흡의 율동성과 만나 증폭된 의미 작용을 한다. 정서적 작용을 한다는 뜻이다.
- 그게 아니더라도 시를 쓰다가 한 말을 또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는 선택적 삭제의 시점이 이미 아닌 게다.
- 자각하기 전에도 삭제의 필요성은 있었고, 자각을 했다면 삭제의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 다만 의도된 반복, 의도된 중첩, 의도된 요설(饒舌)은 그 수사적 효과를 고려하여 사용하도록 한다.
4. 넣어도 된다면 넣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형식이 그러하다. 불필요한 게 붙어 있으면 반드시 떨어지려고 한다. 그러니 애당초 붙일 필요가 없다.
(2021.03.12)
5. 고쳐 쓸 만한 내용이 보인다면, 다 쓴 시라도 고쳐 쓴다.
- 우리는 한 번에 시를 완성할 천재를 타고나지 못했다. 출간되지 않았다면, 고쳐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우리는 좋은 결과물을 전시해 두려고 시를 쓰는 게 아니다. 표현할 수 있었던 나의 사고 과정을 직접 보기 위해서 시를 쓰는 것이다.
- 고쳐 쓸 때에는 앞서 쓴 내용을 지우지 말고 앞서 쓴 일자를 붙여 '앞 판본'으로 남겨둔다. 그래야 시 쓰기 과정의 의식의 발전 과정, 혹은 변화 과정을 나중에 스스로 살필 수 있다.
4. 행과 연은 필요에 따라 나뉘어야 한다.
- 행은 문장이다. 여기서 문장의 개념적 핵심은 하나의 단일 아이디어를 갖는다는 것이다. 행은 하나의 단일한 심상을 갖는다.
- 행의 전개는 심상을 통합하여 풍부화하거나 혹은 명료화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풍부화되는 방향, 명료화되는 방향에 조응하여 행이 전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초점의 방향과 순서가 일치해야 한다.
- 초점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심상에 변화가 생기면 연을 바꿀 필요가 생긴다. 다만 통합된 심상이 하나의 시상으로 구체화되어 있어야 한다.
- 심상들의 통합이 하나의 시상으로 구체화하는 데 충분치 않다면, 상이한 심상들을 통합하여 시상으로 구체화할 수도 있다.
- 연을 바꾸는 것은 시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상의 변화가 불필요하다면 연을 구분할 필요 없이 시를 완성할 수도 있다.
(2021.03.10)
'공부를 위한 준비 > 단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꼬투리] 잊을 수 없는 노래 가사 : '사랑하기 때문에' (0) | 2021.03.27 |
---|---|
[꼬투리] 잊을 수 없는 노래 가사 : '사랑이야' (0) | 2021.03.27 |
[꼬투리] 잊을 수 없는 노래 가사 : '화(和)' (0) | 2021.03.21 |
[개념] 완전한 존재로서의 학생 (1) | 2018.06.25 |
[발표 준비용] 문학교육학 게재 논문들 (2015-2017) (0) | 2018.02.15 |
[지하철시] 바위사리, 박순호 (0) | 2015.12.29 |
[지하철시] 채송화, 조명제 (0) | 2015.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