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은 어떤 작용을 하는가
심상은 감각의 대상이다. 심상은 모든 것을 감각적인 대상으로 만든다. 일차적으로는 언어를 통해 감각화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독자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심상은 마음의 작용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은 상상력이다.
심상은 상상을 통해 사물들을 감각화하지만, 개별적인 인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마음 속에 잠깐 흐릿한 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인상과는 달리 심상은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겨진다. 이것은 심상이 사물을 감각화하면서 동시에 체계화하기 때문이다. 심상은 이성적 사고가 사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논리적으로 조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상을 분류하고 조직한다.
따라서 심상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물을 연관 속에서 지각하게 된다.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
경주군 내동면(慶州郡 內東面)
혹(或)은 외동면(外東面)
불국사(佛國寺) 터를 잡은
그 언저리로
배꽃 가지
반쯤 가리고
달이 가네.(박목월, 「달」)
‘달’의 심상은 밤 하늘, 혹은 새벽이나 어스름한 초저녁의 하늘에 떠 있는 물리적 존재를 환기하게 하지 않는다. ‘달’은 어떤 세계를 표상한다. ‘달’은 ‘배꽃 가지’가 있어야 하고, ‘경주군 내동면/ 혹은 외동면/ 불국사 터를 잡은/ 그 언저리’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달’의 심상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달’은 우리로 하여금 졸지에 하나의 세계를 지각하게 만든다. 그런 만큼 ‘달’은 하나이면서 전부가 된다. 우리는 온통 ‘달’만을 보는 것이며,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심상은 사물을 환기시킨다, 사물을 감각화하며, 사물을 어떤 세계 속에 있게 하고, 사물을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또한 심상은 그 어떤 사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초점화한다. 우리는 그 심상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고 이해한다.
(최지현)
(그림 자료 출처 : 문화재청의 사진 자료인 듯한데, 돌고 돈 자료라서 정확한 출처는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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