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런 질문이 있었어요.
작년 10월에 선생님께서 현대시 특강을 해주셨는데, 그 때 자료를 보면 전라도 가시내(이용악)에 대한 설명에서
서사적 구성>이야기시 : 이야기시의 특징은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함축하고 있는 것. 이렇게 되어있어요.
그렇다면 전라도 가시내는 단편 서사시로 보나요. 이야기시로 보나요? 둘 다?
이용악의 또 다른 시 오랑캐꽃은 전형적인 이야기시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이 시 역시 단편 서사시라고도 할 수 있는 거예요?
* 결국 단편 서사시와 이야기시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인지, 같은 개념으로 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두산동아(현대시)의 설명을 보면 단편 서사시와 이야기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단편 서사시
단편 서사시란, 1930년대 프로시가 당대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시적 노력의 성과로 이루어진 형식이다.
시 속에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를 등장시켜 계급 투쟁에서 비롯되는 혁명적인 사건의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시킨 시를 말한다. 이러한 시 형식은 기존의 단형 서정시가 지녔던 주관적 영탄에서 벗어나 서사시의 소설적 요건, 즉 스토리와 사건의 요건을 어느 정도 소재상이나 문체상으로 흡수하면서 시적 상황을 선명하고 간결하게 압축하여 제시할 수 있었다. 이데올로기만을 강조하던 초시의 목적시와는 달리 계급적 현실의 모순을 시적 정황으로 현상화하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산동아 78쪽)
이야기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대 이후 서사시는 소설에 그 자리를 내어 주고 점차 밀려나게 된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도 김동환의 '국경의 밤'이나 신경림의 '금강' 등 몇 안 되는 작품으로 명맥을 유지하였다. 과거와 같은 웅혼하고 장엄한 영웅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시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는 시가 창작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시이다. '단편 서사시'라고도 불리는 이것에는 '여승'(백석) 외에도 '낡은 집'(이용악), '모촌'(오장환)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이야기로서의 줄거리와 뼈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두산동아 116쪽)
위의 설명에 의하면 단편 서사시와 이야기시를 같은 것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제 생각에는 임화의 '우리 오빠와 화로'는 단편 서사시로 보는 것 같고,
백석의 '여승'은 단편 서사시라기 보다 이야기시로 보아야 할 것 같은데,,,,;;;; ㅎㅎ
이야기시 ⊃ 단편 서사시
이야기시를 더 큰 개념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지......
만약 이 둘을 달리 본다면 단편 서사시와 이야기시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단편 서사시는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서술하고 있는 서사적인 성격을 띤 것? 이 안에는 서정성은 없다..... 이렇게 보아도 될까요?
자유시이긴 하나 서사시라고 한 데에서 서정시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도 될까요?
이야기시는 시 안에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서정성을 띤 서정시인 것? 서사적 구성을 가지나 그 안에는 서정시적인.... ㅎ
나중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지만, 우선 기억나는 대로 대답을 해 주었어요.
아래는 대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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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정신 없는 까닭에
도저히 답장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예 메일을 열지 않고 있다가
지금(새벽 4시)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보고 답을 하고 자야지...하면서 읽는다.
1. 전라도 가시내는 이야기시에 속한다. 단편 서사시는 주로 20년대 카프 계열의 시 중에서 임화의 '우리 옵바와 화로'나 '네거리의 순이'처럼 작품 내에 서사적 전개를 압축적으로 담아 내고 있는 것들에 대해 붙이는 이름이다. 이야기시라는 이름은 90년대 초반에 리얼리즘 시 논쟁에서 최두석이 자신의 시와 시 방법론에 대해 명명하면서 붙게 된 것인데, 30년대 중반에 오면서 서사적 맥락은 배경으로 물러서고 전경에는 서정적 분위기가 주요했던 이용악, 백석 등의 시들에 대해서도 함께 적용되었다. 오랑캐꽃에 대해 단편 서사시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단편 서사시와 이야기시는 구분하여 사용하는 것이지.
2. 두산동아 교과서의 설명은 일관성이 없다. 사실 두 시 형식은 구분해야 한다. 구분하되, 더 큰 개념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 시들에 대해 이름 붙인 거라고 보는 게 맞다.(서사시, 단편서사시, 담시, 서술시, 이야기시....장시, 산문시는 이것과는 다른 범주의 개념) 단편서사시와 이야기시의 상위 범주로는 현실주의시(리얼리즘시)가 있지. 현실주의시의 여러 양상들을 모색하고 발견하려다가 원래 현실주의가 시보다는 소설에 더 잘 어울리는 개념 아니냐. 시는 낭만주의와 더 잘 어울리고... 시에서 현실주의를 찾다 보니 반영이나 전형 같은 개념을 잘 보여주는 것이 서사시였고, 같은 계열의 작품들을 찾아 개념화하다 보니, 서사시를 대신하는 용어들이 등장한 게지.
3. 단편 서사시이든 이야기시이든 서정성이 없으면 시라고 이름 붙이기가 어렵지 않겠냐. 그 대신 가장 큰 차이점은 앞에서 말했듯이 개념화된 시기가 다르다는 거지.(20년대, 80년대)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겠지만, 실제 이러한 구분이 가장 두드러진 차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단편 서사시는 20년대의 시의 리얼리즘적 모색을 반영하고 있는 반면, 이야기시는 80년대적 모색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 이후로 광주 민주화 운동과 근현대사의 민중 항쟁들을 원천으로 해서 민중 운동의 문학적 모색을 꾀했는데, 그때 70년대의 담시(이것도 결국 이야기시라는 뜻이야.)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담시는 다분히 낭만주의적이었어) 서사시적 모색을 한 거였거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그 시대에 서사적 지평이 완전히 열렸냐 하면 그건 아니었기 때문에 서정시의 경계 안팎에서 모호한 양상들이 나타났던 것이고, 그 특징이 '서술'이었다는 것이거든.(서술=이야기 narrative)
4. 대략 구분하자면, 이렇다. 단편 서사시는 서사시의 중핵적 속성(서사성이 시의 구성 원리가 되고 있는-따라서 시의 형식적, 구조적 특성이 되어야 하지-)을 가지고 있되 단형이라서 거대 서사(개인-집단-사회-역사로 확장되는)를 담아내기는 어렵고, 그 대신 전형을 통해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야기시는 이야기(결국 이것도 서사이지만)를 담고 있는 시이기는 하지만 이야기하는 것(서술)에 좀 더 초점을 둔 서정시라고 할 것이니, 서사성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일정한 단서를 주고 배경으로 물러선다고 하겠다.
여기까지.
(200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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