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밝은 달
지는 새벽
못 마친 일을 남기고 자리에 들었을 때
딱 걸렸다
너는
ㅡ 헐고 약해진 몸이란 어찌할 도리 없는,
이미 벌어진 순리
ㅡ 다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ㅡ 잠도 안 오는데 깨어 있는
ㅡ 책상 위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는
은밀한 손길로 다시 안경을 찾아와 건네줄 때
너는
나를 고장내고 있었던 게다
그리하여 방금 나는 고장나고 있는 몸의 경과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내 것 아닌 양
빼앗고 은밀히 언젠간 버릴 요량이었다가
들켜버린 채 멀쑥한 표정으로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며
나와 같은 곳을 보고 있는
너는
(20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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