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지나기는 했지만 찍어두었던 사진이 보이는 바람에 포스팅해 둠)
답사 인솔을 갔다가 평가원 회의의 토론을 맡은 까닭에 바삐 서울로 올라왔다.
토론회 있는 30일 아침, 눈을 뜨고 보니 내가 있어도 존재감은 투명인간 같다.
집안에 아무도 없고, 국과 밥과 반찬은 각기 제자리에 있으되 낯설다.
밥 먹은 자리 흔적처럼 남겨두기도 싫고 설거지 할 그릇 여럿 만들어 두기도 싫어
간단히 빵식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준비하는 것도 간단하고 먹는 것도 간단하다.
이러면 신문을 읽을 수 있다.
먹을 땐 신문에 곁가지 붙은 듯했는데 먹고 나니 색감이 그럴 듯하다.
먹은 것들은 배를 불렸고 저 남은 것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먹고 난 장면이 괜찮게 느껴지는 건 오랜만이다.
너저분하지 않아서이다.
어떻게 먹었는지 짐작이 되서이다.
이 글을 쓰는 다른 날 아침,
넌 뭘 처먹었느냐.
(공개된 포스트라서 마치 남한테 쓴 글 같다만, 엄연히 '너'는 '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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