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호 군의 '빈 자리' 개념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자, 민웅 군이 이 개념을 역설과 관련지어 생각하고는 또 질문을 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도 답을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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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문학텍스트의 빈자리로 인해 역설도 생긴다고 봐도 될까요? 또한 복합적 정서가 나타날 수도 있는 거죠?(어제 공부한 건데..맞길 바라면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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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빈자리' 개념이 전제가 필요하다... 이렇게 말한 까닭을 생각해 봐라.
나는 이 결혼 반댈세 하는 태도가 느껴지지 않니?
빈자리는 본질적으로 저자(시인)의 진술에 담긴 진정성과 실체성을 인정하는 개념이야. 쉽게 말하자면, "독자인 네가 아무리 용써도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나 시인이야."라는 가정이 있는 거지. 빈자리는 없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거야.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들어갈 의미가 이미 거기 있다는 뜻이야. 다만 보이지 않는 거지.
빈자리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상이한 진술(반드시 모순일 필요는 없는, 뭐, 모순일 수도 있고)이 이해 가능한 맥락을 형성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개념이니까
표면적으로 보면, 역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
그런데 이것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해되는 모든 진술은 모호하지 않다. 이 말은 표면적 진술이 모호해 보여도,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이해 되었다면, 그 이해된 진술은 더 이상 모호하지 않게 되므로, 이해를 전제로 할 때(그리고 그것이 빈자리 개념에서 가능한 것이라고 할 때) 모호해 보이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 독자가 보는 '적절하지 못한 차원의 맥락'이고, 이해된 것은 저자(시인)이 설정한 '적절한 차원의 맥락'이라고 하겠지. 결국 모호하고 명료한 것은 맥락의 차원 문제라는 거.(역시 빈자리를 전제로 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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