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임진년.
제가 마흔여덟이 되는 해이지요.
그래서
예년에 하던 동영상 연하장 말고 새로운 연하장을 만들어 보자
이렇게 생각했지요.
이를테면 용 그림을 준비해서
새해 밝는 해를 여의주 삼아 사진을 찍겠다는......
그러니까
이런 그림으로
이렇게 만들어 보자는 것.
어차피 잠이 들면 일어나지 못할테니까
오늘도 밤을 새고
그동안 용 그림도 준비하고 카메라도 준비하고 입고 나갈 옷도 준비하여
새벽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매년 새해 1월 1일에는 옥상을 개방하는데,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약간 달라진 점은 생활지원센터와 인근 은행(?)에서 차와 장미와 핫팩을 준비해 놓았다는 것과
옥상에서 가족 단위로 사진을 찍어 주더라는....
그래서 그만
새해 인사는 까맣게 잊고
'고생이 많으세요.'
이러고 올라왔습니다.... 이런.
매년 아이들을 깨워 데리고 올라왔던 터라
둘째는 미리 준비도 하고
알람도 맞춰 깨우기 전에 일어났지만
첫째는 잠에서 깨는 게 여간 귀찮지 않은지 투덜거립니다.
옥상에 올라온 이웃들도 점점 늘어서
꽤 흥겨운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집에서 보면,
해 뜨는 방향은 일원동 대모산 뒤쪽 남한 산성 옆입니다.
카메라도 그렇게 대기시켜 놓았지요.
원래 생각은 7시 47분까지 추위를 이겨내며 준비하고 있다가
해가 뜨면 두 마리 흑룡을 해 뜨는 방향에 가져다 대고
여의주를 만들어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용은 두 마리,
하나는 김제 벽골제에 만들어 둔 쌍룡의 한 쪽 사진을 포토샵 작업해서 준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유신 묘의 십이지신상 중에서 찾아 준비한 것입니다.
여의주로 삼기에는 벽골제의 용이 더 낫습니다.
이태 전에 새해 인사에 'Midnight in Moscow'를 배경음악으로 가져다 썼다가 계속 계고 메일을 받은 통에
좀 찜찜하기는 합니다.
우선 딸 앞에서 포즈,
그리고 두 마리 용을 들고 다시 포즈.
그리고 이번엔 둘째 딸의 포즈.
(첫째는 해가 안 뜬다고 먼저 내려가 버렸습니다. ㅠ ㅠ 하지만 결국 해는 떴습니다.
하지만 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ㅠ ㅠ)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하늘을 보니
해는커녕 눈이 내릴 기세이고
날이 밝아도 날은 밝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대신 기념으로 한 장.
사연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20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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