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두넷에 2004년 4월 25일 썼던 내용입니다. 플랫폼 변경으로 자료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옮겨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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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물론 메일이야 하루에도 수십 통에서 수백 통씩 오지요. 거개 스팸메일이지만..... 처음에는 이것도 스팸메일의 일종인 듯싶어 바로 지우려 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교육출판사 부설 연구원(연구소)들은 별로 영양가 있는 메일을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뭐,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스팸 메일도 별로 없고 해서, 열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메일 제목이 날 자꾸 유혹을 했더랬지요.
제목 : 차세대 국어교육 델파이 조사 (땡땡 교육연구소 재발송)
이렇습니다. 얼마나 때깔납니까. '델파이 조사'라. 아시는 분은 아실 테지만, 그러니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거고, 해서 보충해 드리면, 아폴로 신전이 있는 델파이(Delphi)에서 따온 이 용어는 신전을 지키던 무녀들이 받았던 '신탁'처럼 전문가들의 직관을 총화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조사 방법들을 지칭하고 있지요. 때깔 난다는 것은, 마치 전문가로 대단한 인정을 받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직관력을 인정한다는 게 아녜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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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땡땡)에서는 ‘차세대 국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 우리 나라의 국어 교육 방향을 모색하고, 향후 바람직한 국어 학습 프로그램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탐색해 보려는 것입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차세대 국어교육 방향에 대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려고 합니다. 이는 제8차 교육과정을 포함하여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만한 국어교육의 화두를 찾아보고, 이를 통하여 효과적인 국어 학습 프로그램의 컨셉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본 조사는 2차에 걸쳐 실시될 예정입니다. 전국 교대 및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재직하시는 70분의 교수님을 대상으로 하여, 1차에서는 향후 국어교육 방향에 대한 견해를 조사하고, 이를 기초 자료로 하여 2차에서는 좀더 구체화된 질문지를 통하여 차세대 국어 학습 프로그램의 컨셉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 국어교육 분야에 많은 경험과 혜안을 갖추신 선생님의 의견을 받고자 이렇게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선생님의 귀한 의견이 저희 연구에 소중한 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주신 의견은 이 연구에만 사용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4월 19일
(땡땡)교육연구소장
**** 조사에 대한 정보 ****
1. 조사 시기
- 제1차 : 2004. 4.19 ~ 23 차세대 국어교육 방향 및 8차 교육과정에 관한 전망
- 제2차 : 2004. 5.10 ~ 14 차세대 국어학습 프로그램 컨셉 도출
2. 응답 방법
- 각 물음에 대해 간략하게 의견을 적어서 이메일로 회신
3. 설문 참여에 따른 답례
- 각 차수마다 50,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증정
- 지급 시기 : 2차 설문 완료 후 (5월말 ~ 6월 초순)
4. 문의처 : 이하 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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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원의 상품권이 탐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직관으로 쓸 수 있는 답이라면, 크크크...
헌데, 파일을 열어보고 열패감 두 가지가 생겼습니다. (이 내용은 답신에다가 적어 보냈지요.)
첫째. 이 설문지는 전문가의 직관을 묻는 설문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생각을 많이해야만 답할 수 있고, 어쩌면 준비된 사람만 답할 수 있는 그런 질문이었습니다. 참, 고약한 일이었지요. 의견을 적는데, 너무 많은 공력을 요구해서 나빴고, 괜히 나는 전문가가 아닌가 보다 하는 자괴감을 갖게 했습니다. 더 나빴지요. 땡땡 연구소는 이런 식으로 설문 조사해서 최대 700만 원으로 날로 새로운 국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내가 애시당초 생각했던 것처럼 시쳇말로 '날로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 음. 이건 내 연구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군요. 어떻게 해서든, 설문 결과를 좀 참조하고 싶은데....
둘째.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만, 정부 기관도, 학계나 학술 연구 지원 단체도 아닌, 교육 사업의 논리적 기반을 만들어 내는 사설 연구소에서 이 중요한 문제들을 먼저 제기하고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밉지요. 이쯤이면 밉게 보입니다. 밉다, 밉다. 밉다. 밉다. 이런 생각에 미치고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것은 결국 연구 자본의 문제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미래를 준비하는 '물질적 기반'이 된 것입니다. 우리 돈 많이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 항목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많이 생각하고 답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야 델파이 조사에 값할 테니까..
아래에 설문 문항과 거기에 답했던 내용을 좀 변형해서 올려 둡니다. 똑같이 올리면 혹시 누군가 시비 걸지도 모르잖아요.
직관적인 답변이므로, 틀리거나 부적절하거나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건 다른 전문가들이 나서서 다른 의견을 많이들 내서 숫적으로 압도하면 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델파이라데잖아요.
(아래 설문 중에 답변은 '파란색'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중간의 코멘트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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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국어교육에 대한 델파이 조사 (본문)
광복으로 우리말과 글을 되찾은 이후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어교육도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특히 제5∼7차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을 계기로 학습자 중심, 활동 중심의 국어교육이 정착되었고,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 문화 능력 등이 국어 능력의 핵심 구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민족어 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외국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박사과정이 설치된 대학원을 중심으로 하여 창의적인 이론 생산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보화와 세계화, 탈중심 등으로 요약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국어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새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선생님의 고견을 듣고자 하오니, 전문가의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 정말 새로운 시대를 맞았는지 의문입니다. 새로운 시대는 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교육의 새로운 시대, 즉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습니까? 위의 글에서 튀는 것들만 끄집어내 볼까요. 학습자 중심, 활동 중심,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문화능력, 창의적인 이론 생산, 정보화, 세계화, 탈중심. 이 중에서 시대사적 중요성을 갖는 것을 찾아 봅시다. 없습니다. 멀게는 한 세기 이전부터 문제적이었던 것에서부터 가깝게는 십 년 안팎 이전에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까지 다양하기는 합니다만, 모두 이전 교육과정(6차) 때부터 모토(motto)가 되었던 것들입니다. 더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믿기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다만 새롭게 해야 할 것들이 있을 따름입니다. 그것은 시대사적 요구로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사적 추세를 뒤집는 것으로서 결과되는 것입니다.
1. 차세대 국어교육에 관한 전망
1-1. 차세대의 국어교육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인간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육 목적의 변화 및 사회의 요구를 고려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여기서의 ‘차세대’란, 제8차 교육과정기를 포함하여 향후 10년 정도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조화로운 인간(이념)-> 말, 글, 생활이 일치하는 사람
사실 이 문항에 대한 답은 아직 생각이 부족하여 달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문항에 답을 달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급한 생각으로 써 넣을 수밖에요. 왜, 뻔해 보이는 '조화로운 인간'이냐구? ... 그건 이런 때문이지요. 우선 1950년대 이후로 복합다중매체(혼성매체) 시대를 겪게 된 사람들은 '보는' 행위를 의사소통의 주요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보기'는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것에 덧붙여지기에는 지나치게 틈이 좁아 필연코 무엇인가를 변형시키고 축소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는데요. 그건 마치 공원 벤취 차지하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읽기'와 '듣기'를 우선적으로 변형시켜 버렸지요. 그런 다음, 우리는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소리없는 말하기와 음성적인 글쓰기를 항용 지니게 되었지요. 바로 정보통신매체시대를 접하게 된 것이죠.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렇게 한 세기 동안에 두 번이나 새로운 매체시대로의 전환을 겪게 되면서 우리는 전통적인 언어능력의 요건들이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언어능력을 학습하고 발휘할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게 되었단 말이지요.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유형(type)과 요소(element)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실천적 차원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을 '영역'이라 칭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것들은 엄밀히 따질 것도 없이 언어의 유형이 아니라 요소란 말이지요. 그런데도 우리의 선배들은 이것을 언어 실현의 유형인 것처럼 곧잘 혼동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유형이라면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것도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요소라면 시대가 변하고 그 시대마다 나타나는 특징적인 언어 실현 양상이 강하게 부각되는 경우라도 그것은 달라지지 않아서 여전히 익히고 기본을 갖추어야 할 것들이 남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도 따로따로가 아니라 균형을 갖추는 것으로 말입니다. 언어교육의 측면에서 '조화로운 인간'이란, 바로 말글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인간을 뜻하는 것입니다. 사실 길게 돌아오긴 했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초중등교육이든, 고등교육이든 가릴 것 없이 '쓰기'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네들이 글을 쓰지 못해서이겠씁니까? 거개 글을 쓴다는 것이 입말로 쓸 줄만 알기 때문이겠지요.
보충은 끝났고.... 말, 나온 김에... 저는 복합다중매체, 즉 혼성매체시대의 출발을 1950년대로 보았는데, 본격적인 출발에 대해서는 대체로 1980년 전후에 동의하는 기세인 듯합니다. 저도 그렇게 보고 있지요. 그 징후는 1979년에 개국한 M-TV의 방송 송출 시작이 아닐까요. 그때 Buggles가 'The Age of Plastic'이라는 그들의 첫 앨범을 발표했는데요. 그 중 하나인 그 유명한 'video kill the radio star'가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져 MTV를 통해 방송되었더랬습니다. 참 시사적이지 않습니까
시간 나면 한번 읽어보세요. ... 듣는 게 더 좋지요? 당신은 복합다중매체시대 사람.
I heard you on the wireless back in Fifty Two
Lying awake intent at tuning in on you.
If I was young it didn't stop you coming through.
Oh-a oh
They took the credit for your second symphony.
Rewritten by machine and new technology,
and now I understand the problems you can see.
Oh-a oh
I met your children
Oh-a oh
What did you tell them?
Video killed the radio star.
Video killed the radio star.
Pictures came and broke your heart.
Oh-a-a-a oh
(후략)
1-2. 세계화와 교육 개방, 정보화와 실용주의의 심화, 학교 공동화와 비정규 교육 (대안 학교, 민간 자격 등)의 확산, 남북 교류 등, 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차세대 국어교육의 내용과 방법 측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언어 지식 교육의 강화 -> ‘지식’의 관념이 변함교육 정상화의 측면에서 학교 수업에서만 가능한 교육 내용과 방법 모색(‘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해)등등
이 질문은 답하는 사람을 점쟁이로 만드는 기력 강화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문항입니다. 누가 알겠어요? 질문에서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데, 그것도 이리저리 열거해 놓아 마치 어떤 방향이 상정되어 있는 듯 꾸미고는 있지만,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서 사실은 알 수 없는 것이 이 급격한 상황 변화의 현재 내 처지인데.... 그래서 위에 있는 질문을 일단 못 본 척 무시하고 바람을 쓰는 걸로 대신했지요. 향후 10년 내에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 통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또 그것이 불가피하면 했지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거라고 보기도 하지만, 어쨌든 만약 통일이 되었거나 그 전단계에 있다고 본다면, 응당 사적 영역에서 언어의 사상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러난 것들이야 해소하기가 어렵지 않지요. 어휘교육이면 됩니다. 까짓것 인민을 국민으로 고쳐 부르든, 국민을 인민으로 고쳐 부르든, 의미의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만 제대로 기울인다면 표현이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힘든 사상투쟁은 그 뒤에 오게 될 것입니다. 남과 북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벌어지는 것으로서 말입니다. 그것은 언어의 지식에 관한 것들입니다. 가장 비이데올로기적인 것 같은 지식 층위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발견하기도 참 힘듭니다. 예컨대 방언의 지위에 관한 판단. 이것은 표준어 사용과 같은 정책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지요. 방언을 지역어로 바꾸고 서울말 또한 하나의 지역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이지요. 전자는 학자들이나 교육자, 정책가 들이 하겠지만, 후자는 개개인의 마음 속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세상사지식, 혹은 스키마가 하는 일이라 말입니다. 지금도 전라도 억양을 들으면 '사기꾼'부터 떠올리는, 경상도와는 족보상의 관련도 찾기 힘든, 태생이 서울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언제쯤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 등의 방언으로부터 특정한 퍼스널리티가 자동적으로 연상되게 하는 고기능복합시스템의 작동 중단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글쎄 무진장 노력해야겠지요.
통일 이후의 언어교육 문제 하나가 이리 복잡한데, 여러 변화 요인들의 공기 작용을 각 방향 고려하여 대응시킬 수 있을까요? 난 그렇게 자신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참, 대전제 하나는 깔아두어야겠어요. 무엇보다 '지식'이라는 범주의 의미가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1-3. 10년 뒤를 생각했을 때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길 국어 능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교양·직업의 관점과 학교 교육에서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각 분야에서 필요한 쓰기 능력(현 시점에서 구미 각국의 고등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로 되어 있음)
1-4. 그 동안 ‘사고력’, ‘언어 사용 기능’, ‘국어 문화’ 등이 국어교육의 키워드로 작용해 왔습니다. 앞으로 10년간 국어 교육을 이끌 만한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식 통제 능력
1-5. 연구자의 관점에서 볼 때 국어교육에서 미개척 분야라고 생각되거나, 앞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근의 국어교육 연구 동향과 관련지어 예상해 주십시오.
문학 감상 이론(의외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쓰기 이론 -> 수입된 이론 말고 제대로 정리된 이론 못 보았음.
2. 차기 국어과 교육과정의 방향
2-1. 차기 교육과정에서 국어과의 목표는 어떻게 기술되리라고 예상하십니까? 제6차 및 제7차 교육과정과 비교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개괄적으로 기술된 활동 지표를 제시할 것임(이를 통해 다른 수준들을 교육자들이 추론할 수 있게 함)… 그러해야 함교육과정용어를 확정하고 그 범주나 개념의 스펙트럼을 기술해야 함
2-2. 차기 교육과정에서 국어과의 영역은 어떻게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2∼3종의 책으로 나뉘어 있는 초·중학교의 교과서 편제 및 고등학교의 선택 과목과도 연관지어 말씀해 주십시오.
영역 -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학은 모든 영역에 자료와 관점, 방법론 차원으로 포함되어 들어감)교과서 : 초등학교 -> 국어 ./ 보조교재의 개방 중학교 -> 읽기, 쓰기, 문학(문학은 중3) / 교과서 검인정, 보조교재 개방, 말하기/듣기는 현실적으로 교재 개발 무의미고등학교 -> 읽기, 쓰기, 문학 / 그 외의 심화 과목들은 자유 발행, 교과서 제목 및 체제 자율적 결정모든 교과서는 별도의 리소스들을 활용하는 조건으로 분량을 적게 만들어야 함.(예컨대 문학 작품은 간략한 소개와 극히 일부분의 인용을 달아놓는 대신, 수업에서는 실제 작품집을 가지고 전작 학습을 하게 해야 함)
2-3. 차기 교육과정에서 학교급별·학년별 내용은 어떻게 체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용 체계화의 원리 및 내용 기술 방법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내용 체계상 초등학교는 국어의 중요성, 국어 사용의 태도와 자세, 국어의 일반적인 쓰임 등을 담은 통합 영역적 구성을 취해야 하고,중학교는 읽기와 쓰기를 분화시키고 문학은 문학적 사고와 감수성을 제대로 담고 있는 정전급 작품들을 담아야 함. 읽기와 쓰기는 형식주의적 기술 체계가 아닌 기능적 의사소통론적 기술 체계를 갖추게 해야 함고등학교는 전체적으로 학문적 일관성을 전제로 여러 입장의 교과서가 사용될 수 있도록 내용 체계 자체가 개방되어야 함.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와 내용 체계 자체가 개괄적인 활동 지표로 표현되는 것이 바람직함.
2-4. 차기 교육과정에서 수준별 교육은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수-학습의 내용과 방법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수준별 교육의 핵심적인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제로는 무의미함.전제1 : 수준별 교육은 교실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수준별 교육은 적어도 학년 단위가 되어야 한다.전제2 : 교재의 이원화가 필수적이다. 하나의 교재 안에 여러 수준의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내 개인적인 교과서 개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위선적인 것이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교사에 의한 수준별 점검과 평가가 어렵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수준별 교육의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각기 조건과 상황에 맞게 ‘가르치지 못하는 상황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수준별 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준별 교육’이라는 이름을 가진 변형, 보완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수준별 교육이 아니다.
2-5. 차기 교육과정에서 국어과의 평가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각 영역별 특성을 고려하고, 제7차 교육과정에서 중시하고 있는 수행 평가와 관련지어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이른바’ 수행 평가는 거의 대부분이 결과 평가들이어서 요식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행 평가는 8차 교육과정이 끝날 때쯤 되어야 비로소 가능성의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다만 현재의 사회적 여건의 흐름으로 볼 때, 대학별 전형 제도가 부활된다면 포트폴리오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대학별 전형 제도는 3~4년 내에 부활하지 않을까 예상된다.포트폴리오가 인정된다면, 교사의 평가자로서의 권위도 약간은 회복될 것이며 그때 비로소 수행 평가의 여러 방안들이 구상되고 시도될 것이다.
3. 국어교육의 실천 기반
3-1. 그 동안 국어과 교과서는 과거에 비해 제재 선정과 지면 구성 면에서 큰 발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형태와 교과서 활용 방식은 아직 구태의연한 것이 사실입니다. 차세대 국어교육에서 교과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교과서의 기능과 형태, 활용 양상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 가정이 필요 없다. 체재 및 체제에 대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사전 규제하지만 않으면 된다. 지금처럼 편찬 지침이 그대로 존속하는 한, 8차도 구태의연할 수밖에 없다.만약 규제하지 않는다면? 위에서 적은 대로 얇은 교과서를 만들고, 제재나 지문은 별도의 보조교재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과서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대신, 개인이 아닌 학교 단위로 교과서를 구입하고 이 예산은 공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조교재는 거의 교과서급으로 활용하되, 지금과 같은 ‘자습서’ 개념은 철저히 타파해야 한다.
3-2. 아직까지 국어과 수업은 교육과정 내용보다는 교과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국어교육에서 교과서 외의 학습 보조 자료(참고서, 학습지, 온라인 컨텐츠, 기타 자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학교 교육 및 수업의 양상 변화를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을 교과서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과 같이, 국정 및 검인정 교과서 제도(및 이를 유지시키는 교과서관)가 유지되는 경우에는 결국 진리는 교과서 내에서 찾아야 하고, 그러면 모든 학습 보조 자료들이 궁극적으로 왜곡된다. 활용은 다양해도 결국은 교과서의 지식 체계 내로 수렴되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검인정 교과서 제도가 존속되더라도, 교과서가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게 만든다면(따라서 불가피하게 교과서 밖으로부터 다양한 리소스들을 구해와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면), 학습 보조 자료는 교과서급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나는 캐나다에 방문교수로 와 있는데, 여기의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기 동안 읽기 교재로 소설책 한 권으로 선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 소설은 전미 교사 협회에서 추천한 100권의 권장 도서에 포함된 아동 소설이다.
3-3. 현재의 국어교육은 수업과 평가 양면에서 인쇄 매체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차세대 국어교육에서 비중이 높아지거나 학습 효과를 보장할 수 있는 교수 매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어교육의 각 영역을 고려하여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도 인쇄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 매체만 달라진다고 교육 내용이나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1991년 국어과 CAI 교재 개발에 참여한 이래로 지금까지 계속 다매체 활용의 국어 교육에 관여해 오고 있지만, 놀랍게도 현재 개발된 국어과 CAI 매체(온라인 교육 포함)에 이르기까지 교육 기술과 논리들은 1991년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매체들은 결국 정답을 미리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가능한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한 정도의 초기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고들 있다. 그렇다면, 그냥 인쇄 매체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
3-4. 최근 들어 언어 환경과 교육 환경이 온라인-디지털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국어교육에서 ICT 기반 교육은 어떻게 구체화되리라고 예상하십니까? ICT 기반 교육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목표나 영역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위에서 답했음.
3-5. 그 동안 국어과 수업은 그 방법과 전략 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한편으로 전통적인 수업 방식도 계속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국어과 수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수업 형태와 방법, 교사-학습자의 역할 등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자꾸 수업 형태와 방법의 변화를 모색하라고만 말하는데(이 질문지도 은근히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음)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훌륭한 수업은 선생님이 책과 분필 하나만을 들고 강의하셨던 경우였다. 모든 수업 형태에 최적의 수업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강의식 수업을 기피하는 것은 그것이 교사의 공력을 최대한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그렇게 안 했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이 실패했던 것이다. 최선의 노력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수업 형태를 토론식으로 바꾸거나 CMC로 바꾸거나 달라질 게 없다. 다만 현상적으로 그럴 듯해 보일 뿐이다. 왜 수업 효율에서 강의식 수업이 높다고 나왔는가? 강의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교사가 열성을 다하고(그래야 했고…어쩌면 어쩔 수 없이….) 그것을 학생들이 집중했기 때문이다.
* 조사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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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물론 메일이야 하루에도 수십 통에서 수백 통씩 오지요. 거개 스팸메일이지만..... 처음에는 이것도 스팸메일의 일종인 듯싶어 바로 지우려 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교육출판사 부설 연구원(연구소)들은 별로 영양가 있는 메일을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뭐,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그날따라 스팸 메일도 별로 없고 해서, 열어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메일 제목이 날 자꾸 유혹을 했더랬지요.
제목 : 차세대 국어교육 델파이 조사 (땡땡 교육연구소 재발송)
이렇습니다. 얼마나 때깔납니까. '델파이 조사'라. 아시는 분은 아실 테지만, 그러니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거고, 해서 보충해 드리면, 아폴로 신전이 있는 델파이(Delphi)에서 따온 이 용어는 신전을 지키던 무녀들이 받았던 '신탁'처럼 전문가들의 직관을 총화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조사 방법들을 지칭하고 있지요. 때깔 난다는 것은, 마치 전문가로 대단한 인정을 받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직관력을 인정한다는 게 아녜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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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땡땡)에서는 ‘차세대 국어 학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 우리 나라의 국어 교육 방향을 모색하고, 향후 바람직한 국어 학습 프로그램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탐색해 보려는 것입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차세대 국어교육 방향에 대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하려고 합니다. 이는 제8차 교육과정을 포함하여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만한 국어교육의 화두를 찾아보고, 이를 통하여 효과적인 국어 학습 프로그램의 컨셉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본 조사는 2차에 걸쳐 실시될 예정입니다. 전국 교대 및 사범대 국어교육과에 재직하시는 70분의 교수님을 대상으로 하여, 1차에서는 향후 국어교육 방향에 대한 견해를 조사하고, 이를 기초 자료로 하여 2차에서는 좀더 구체화된 질문지를 통하여 차세대 국어 학습 프로그램의 컨셉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 국어교육 분야에 많은 경험과 혜안을 갖추신 선생님의 의견을 받고자 이렇게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부디 선생님의 귀한 의견이 저희 연구에 소중한 자료로 쓰일 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주신 의견은 이 연구에만 사용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4월 19일
(땡땡)교육연구소장
**** 조사에 대한 정보 ****
1. 조사 시기
- 제1차 : 2004. 4.19 ~ 23 차세대 국어교육 방향 및 8차 교육과정에 관한 전망
- 제2차 : 2004. 5.10 ~ 14 차세대 국어학습 프로그램 컨셉 도출
2. 응답 방법
- 각 물음에 대해 간략하게 의견을 적어서 이메일로 회신
3. 설문 참여에 따른 답례
- 각 차수마다 50,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증정
- 지급 시기 : 2차 설문 완료 후 (5월말 ~ 6월 초순)
4. 문의처 : 이하 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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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원의 상품권이 탐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직관으로 쓸 수 있는 답이라면, 크크크...
헌데, 파일을 열어보고 열패감 두 가지가 생겼습니다. (이 내용은 답신에다가 적어 보냈지요.)
첫째. 이 설문지는 전문가의 직관을 묻는 설문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생각을 많이해야만 답할 수 있고, 어쩌면 준비된 사람만 답할 수 있는 그런 질문이었습니다. 참, 고약한 일이었지요. 의견을 적는데, 너무 많은 공력을 요구해서 나빴고, 괜히 나는 전문가가 아닌가 보다 하는 자괴감을 갖게 했습니다. 더 나빴지요. 땡땡 연구소는 이런 식으로 설문 조사해서 최대 700만 원으로 날로 새로운 국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내가 애시당초 생각했던 것처럼 시쳇말로 '날로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 음. 이건 내 연구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군요. 어떻게 해서든, 설문 결과를 좀 참조하고 싶은데....
둘째.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만, 정부 기관도, 학계나 학술 연구 지원 단체도 아닌, 교육 사업의 논리적 기반을 만들어 내는 사설 연구소에서 이 중요한 문제들을 먼저 제기하고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밉지요. 이쯤이면 밉게 보입니다. 밉다, 밉다. 밉다. 밉다. 이런 생각에 미치고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것은 결국 연구 자본의 문제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미래를 준비하는 '물질적 기반'이 된 것입니다. 우리 돈 많이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미래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 항목들을 읽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많이 생각하고 답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야 델파이 조사에 값할 테니까..
아래에 설문 문항과 거기에 답했던 내용을 좀 변형해서 올려 둡니다. 똑같이 올리면 혹시 누군가 시비 걸지도 모르잖아요.
직관적인 답변이므로, 틀리거나 부적절하거나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건 다른 전문가들이 나서서 다른 의견을 많이들 내서 숫적으로 압도하면 되는 문제라고 봅니다. 델파이라데잖아요.
(아래 설문 중에 답변은 '파란색'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중간의 코멘트 부분은 '빨간색'으로 표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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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국어교육에 대한 델파이 조사 (본문)
광복으로 우리말과 글을 되찾은 이후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어교육도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특히 제5∼7차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입을 계기로 학습자 중심, 활동 중심의 국어교육이 정착되었고,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 문화 능력 등이 국어 능력의 핵심 구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는 우리보다 먼저 민족어 교육에 관심을 가졌던 외국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박사과정이 설치된 대학원을 중심으로 하여 창의적인 이론 생산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보화와 세계화, 탈중심 등으로 요약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국어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새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선생님의 고견을 듣고자 하오니, 전문가의 관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 정말 새로운 시대를 맞았는지 의문입니다. 새로운 시대는 교육의 새로운 시대를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교육의 새로운 시대, 즉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새로운 시대가 되었습니까? 위의 글에서 튀는 것들만 끄집어내 볼까요. 학습자 중심, 활동 중심, 사고력, 의사소통능력, 문화능력, 창의적인 이론 생산, 정보화, 세계화, 탈중심. 이 중에서 시대사적 중요성을 갖는 것을 찾아 봅시다. 없습니다. 멀게는 한 세기 이전부터 문제적이었던 것에서부터 가깝게는 십 년 안팎 이전에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까지 다양하기는 합니다만, 모두 이전 교육과정(6차) 때부터 모토(motto)가 되었던 것들입니다. 더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믿기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다만 새롭게 해야 할 것들이 있을 따름입니다. 그것은 시대사적 요구로 선언되는 것이 아니라 시대사적 추세를 뒤집는 것으로서 결과되는 것입니다.
1. 차세대 국어교육에 관한 전망
1-1. 차세대의 국어교육이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인간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육 목적의 변화 및 사회의 요구를 고려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여기서의 ‘차세대’란, 제8차 교육과정기를 포함하여 향후 10년 정도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조화로운 인간(이념)-> 말, 글, 생활이 일치하는 사람
사실 이 문항에 대한 답은 아직 생각이 부족하여 달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모든 문항에 답을 달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급한 생각으로 써 넣을 수밖에요. 왜, 뻔해 보이는 '조화로운 인간'이냐구? ... 그건 이런 때문이지요. 우선 1950년대 이후로 복합다중매체(혼성매체) 시대를 겪게 된 사람들은 '보는' 행위를 의사소통의 주요한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보기'는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것에 덧붙여지기에는 지나치게 틈이 좁아 필연코 무엇인가를 변형시키고 축소시키는 결과를 야기했는데요. 그건 마치 공원 벤취 차지하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읽기'와 '듣기'를 우선적으로 변형시켜 버렸지요. 그런 다음, 우리는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소리없는 말하기와 음성적인 글쓰기를 항용 지니게 되었지요. 바로 정보통신매체시대를 접하게 된 것이죠.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이렇게 한 세기 동안에 두 번이나 새로운 매체시대로의 전환을 겪게 되면서 우리는 전통적인 언어능력의 요건들이 무엇이었는지, 또 어떻게 언어능력을 학습하고 발휘할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게 되었단 말이지요.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유형(type)과 요소(element)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실천적 차원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을 '영역'이라 칭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것들은 엄밀히 따질 것도 없이 언어의 유형이 아니라 요소란 말이지요. 그런데도 우리의 선배들은 이것을 언어 실현의 유형인 것처럼 곧잘 혼동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유형이라면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것도 변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요소라면 시대가 변하고 그 시대마다 나타나는 특징적인 언어 실현 양상이 강하게 부각되는 경우라도 그것은 달라지지 않아서 여전히 익히고 기본을 갖추어야 할 것들이 남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도 따로따로가 아니라 균형을 갖추는 것으로 말입니다. 언어교육의 측면에서 '조화로운 인간'이란, 바로 말글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인간을 뜻하는 것입니다. 사실 길게 돌아오긴 했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초중등교육이든, 고등교육이든 가릴 것 없이 '쓰기'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이와 관련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네들이 글을 쓰지 못해서이겠씁니까? 거개 글을 쓴다는 것이 입말로 쓸 줄만 알기 때문이겠지요.
보충은 끝났고.... 말, 나온 김에... 저는 복합다중매체, 즉 혼성매체시대의 출발을 1950년대로 보았는데, 본격적인 출발에 대해서는 대체로 1980년 전후에 동의하는 기세인 듯합니다. 저도 그렇게 보고 있지요. 그 징후는 1979년에 개국한 M-TV의 방송 송출 시작이 아닐까요. 그때 Buggles가 'The Age of Plastic'이라는 그들의 첫 앨범을 발표했는데요. 그 중 하나인 그 유명한 'video kill the radio star'가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져 MTV를 통해 방송되었더랬습니다. 참 시사적이지 않습니까
시간 나면 한번 읽어보세요. ... 듣는 게 더 좋지요? 당신은 복합다중매체시대 사람.
I heard you on the wireless back in Fifty Two
Lying awake intent at tuning in on you.
If I was young it didn't stop you coming through.
Oh-a oh
They took the credit for your second symphony.
Rewritten by machine and new technology,
and now I understand the problems you can see.
Oh-a oh
I met your children
Oh-a oh
What did you tell them?
Video killed the radio star.
Video killed the radio star.
Pictures came and broke your heart.
Oh-a-a-a oh
(후략)
1-2. 세계화와 교육 개방, 정보화와 실용주의의 심화, 학교 공동화와 비정규 교육 (대안 학교, 민간 자격 등)의 확산, 남북 교류 등, 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차세대 국어교육의 내용과 방법 측면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언어 지식 교육의 강화 -> ‘지식’의 관념이 변함교육 정상화의 측면에서 학교 수업에서만 가능한 교육 내용과 방법 모색(‘과정’에 대한 새로운 이해)등등
이 질문은 답하는 사람을 점쟁이로 만드는 기력 강화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문항입니다. 누가 알겠어요? 질문에서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데, 그것도 이리저리 열거해 놓아 마치 어떤 방향이 상정되어 있는 듯 꾸미고는 있지만,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서 사실은 알 수 없는 것이 이 급격한 상황 변화의 현재 내 처지인데.... 그래서 위에 있는 질문을 일단 못 본 척 무시하고 바람을 쓰는 걸로 대신했지요. 향후 10년 내에 남과 북이 정치적으로 통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 또 그것이 불가피하면 했지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거라고 보기도 하지만, 어쨌든 만약 통일이 되었거나 그 전단계에 있다고 본다면, 응당 사적 영역에서 언어의 사상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러난 것들이야 해소하기가 어렵지 않지요. 어휘교육이면 됩니다. 까짓것 인민을 국민으로 고쳐 부르든, 국민을 인민으로 고쳐 부르든, 의미의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만 제대로 기울인다면 표현이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힘든 사상투쟁은 그 뒤에 오게 될 것입니다. 남과 북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벌어지는 것으로서 말입니다. 그것은 언어의 지식에 관한 것들입니다. 가장 비이데올로기적인 것 같은 지식 층위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발견하기도 참 힘듭니다. 예컨대 방언의 지위에 관한 판단. 이것은 표준어 사용과 같은 정책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지요. 방언을 지역어로 바꾸고 서울말 또한 하나의 지역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이지요. 전자는 학자들이나 교육자, 정책가 들이 하겠지만, 후자는 개개인의 마음 속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세상사지식, 혹은 스키마가 하는 일이라 말입니다. 지금도 전라도 억양을 들으면 '사기꾼'부터 떠올리는, 경상도와는 족보상의 관련도 찾기 힘든, 태생이 서울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언제쯤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 등의 방언으로부터 특정한 퍼스널리티가 자동적으로 연상되게 하는 고기능복합시스템의 작동 중단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글쎄 무진장 노력해야겠지요.
통일 이후의 언어교육 문제 하나가 이리 복잡한데, 여러 변화 요인들의 공기 작용을 각 방향 고려하여 대응시킬 수 있을까요? 난 그렇게 자신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참, 대전제 하나는 깔아두어야겠어요. 무엇보다 '지식'이라는 범주의 의미가 확장되고 심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1-3. 10년 뒤를 생각했을 때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길 국어 능력은 구체적으로 무엇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교양·직업의 관점과 학교 교육에서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각 분야에서 필요한 쓰기 능력(현 시점에서 구미 각국의 고등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로 되어 있음)
1-4. 그 동안 ‘사고력’, ‘언어 사용 기능’, ‘국어 문화’ 등이 국어교육의 키워드로 작용해 왔습니다. 앞으로 10년간 국어 교육을 이끌 만한 핵심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식 통제 능력
1-5. 연구자의 관점에서 볼 때 국어교육에서 미개척 분야라고 생각되거나, 앞으로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근의 국어교육 연구 동향과 관련지어 예상해 주십시오.
문학 감상 이론(의외라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쓰기 이론 -> 수입된 이론 말고 제대로 정리된 이론 못 보았음.
2. 차기 국어과 교육과정의 방향
2-1. 차기 교육과정에서 국어과의 목표는 어떻게 기술되리라고 예상하십니까? 제6차 및 제7차 교육과정과 비교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개괄적으로 기술된 활동 지표를 제시할 것임(이를 통해 다른 수준들을 교육자들이 추론할 수 있게 함)… 그러해야 함교육과정용어를 확정하고 그 범주나 개념의 스펙트럼을 기술해야 함
2-2. 차기 교육과정에서 국어과의 영역은 어떻게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현재 2∼3종의 책으로 나뉘어 있는 초·중학교의 교과서 편제 및 고등학교의 선택 과목과도 연관지어 말씀해 주십시오.
영역 -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학은 모든 영역에 자료와 관점, 방법론 차원으로 포함되어 들어감)교과서 : 초등학교 -> 국어 ./ 보조교재의 개방 중학교 -> 읽기, 쓰기, 문학(문학은 중3) / 교과서 검인정, 보조교재 개방, 말하기/듣기는 현실적으로 교재 개발 무의미고등학교 -> 읽기, 쓰기, 문학 / 그 외의 심화 과목들은 자유 발행, 교과서 제목 및 체제 자율적 결정모든 교과서는 별도의 리소스들을 활용하는 조건으로 분량을 적게 만들어야 함.(예컨대 문학 작품은 간략한 소개와 극히 일부분의 인용을 달아놓는 대신, 수업에서는 실제 작품집을 가지고 전작 학습을 하게 해야 함)
2-3. 차기 교육과정에서 학교급별·학년별 내용은 어떻게 체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용 체계화의 원리 및 내용 기술 방법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내용 체계상 초등학교는 국어의 중요성, 국어 사용의 태도와 자세, 국어의 일반적인 쓰임 등을 담은 통합 영역적 구성을 취해야 하고,중학교는 읽기와 쓰기를 분화시키고 문학은 문학적 사고와 감수성을 제대로 담고 있는 정전급 작품들을 담아야 함. 읽기와 쓰기는 형식주의적 기술 체계가 아닌 기능적 의사소통론적 기술 체계를 갖추게 해야 함고등학교는 전체적으로 학문적 일관성을 전제로 여러 입장의 교과서가 사용될 수 있도록 내용 체계 자체가 개방되어야 함.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와 내용 체계 자체가 개괄적인 활동 지표로 표현되는 것이 바람직함.
2-4. 차기 교육과정에서 수준별 교육은 어떤 식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수-학습의 내용과 방법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수준별 교육의 핵심적인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제로는 무의미함.전제1 : 수준별 교육은 교실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수준별 교육은 적어도 학년 단위가 되어야 한다.전제2 : 교재의 이원화가 필수적이다. 하나의 교재 안에 여러 수준의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내 개인적인 교과서 개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위선적인 것이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교사에 의한 수준별 점검과 평가가 어렵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수준별 교육의 아이디어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각기 조건과 상황에 맞게 ‘가르치지 못하는 상황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수준별 교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준별 교육’이라는 이름을 가진 변형, 보완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수준별 교육이 아니다.
2-5. 차기 교육과정에서 국어과의 평가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각 영역별 특성을 고려하고, 제7차 교육과정에서 중시하고 있는 수행 평가와 관련지어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이른바’ 수행 평가는 거의 대부분이 결과 평가들이어서 요식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행 평가는 8차 교육과정이 끝날 때쯤 되어야 비로소 가능성의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다만 현재의 사회적 여건의 흐름으로 볼 때, 대학별 전형 제도가 부활된다면 포트폴리오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 대학별 전형 제도는 3~4년 내에 부활하지 않을까 예상된다.포트폴리오가 인정된다면, 교사의 평가자로서의 권위도 약간은 회복될 것이며 그때 비로소 수행 평가의 여러 방안들이 구상되고 시도될 것이다.
3. 국어교육의 실천 기반
3-1. 그 동안 국어과 교과서는 과거에 비해 제재 선정과 지면 구성 면에서 큰 발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형태와 교과서 활용 방식은 아직 구태의연한 것이 사실입니다. 차세대 국어교육에서 교과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교과서의 기능과 형태, 활용 양상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 가정이 필요 없다. 체재 및 체제에 대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사전 규제하지만 않으면 된다. 지금처럼 편찬 지침이 그대로 존속하는 한, 8차도 구태의연할 수밖에 없다.만약 규제하지 않는다면? 위에서 적은 대로 얇은 교과서를 만들고, 제재나 지문은 별도의 보조교재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과서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대신, 개인이 아닌 학교 단위로 교과서를 구입하고 이 예산은 공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조교재는 거의 교과서급으로 활용하되, 지금과 같은 ‘자습서’ 개념은 철저히 타파해야 한다.
3-2. 아직까지 국어과 수업은 교육과정 내용보다는 교과서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국어교육에서 교과서 외의 학습 보조 자료(참고서, 학습지, 온라인 컨텐츠, 기타 자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학교 교육 및 수업의 양상 변화를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을 교과서로 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과 같이, 국정 및 검인정 교과서 제도(및 이를 유지시키는 교과서관)가 유지되는 경우에는 결국 진리는 교과서 내에서 찾아야 하고, 그러면 모든 학습 보조 자료들이 궁극적으로 왜곡된다. 활용은 다양해도 결국은 교과서의 지식 체계 내로 수렴되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검인정 교과서 제도가 존속되더라도, 교과서가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게 만든다면(따라서 불가피하게 교과서 밖으로부터 다양한 리소스들을 구해와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면), 학습 보조 자료는 교과서급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나는 캐나다에 방문교수로 와 있는데, 여기의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기 동안 읽기 교재로 소설책 한 권으로 선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 소설은 전미 교사 협회에서 추천한 100권의 권장 도서에 포함된 아동 소설이다.
3-3. 현재의 국어교육은 수업과 평가 양면에서 인쇄 매체의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차세대 국어교육에서 비중이 높아지거나 학습 효과를 보장할 수 있는 교수 매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어교육의 각 영역을 고려하여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도 인쇄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 매체만 달라진다고 교육 내용이나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1991년 국어과 CAI 교재 개발에 참여한 이래로 지금까지 계속 다매체 활용의 국어 교육에 관여해 오고 있지만, 놀랍게도 현재 개발된 국어과 CAI 매체(온라인 교육 포함)에 이르기까지 교육 기술과 논리들은 1991년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런 매체들은 결국 정답을 미리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가능한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한 정도의 초기 투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고들 있다. 그렇다면, 그냥 인쇄 매체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
3-4. 최근 들어 언어 환경과 교육 환경이 온라인-디지털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차세대 국어교육에서 ICT 기반 교육은 어떻게 구체화되리라고 예상하십니까? ICT 기반 교육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목표나 영역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위에서 답했음.
3-5. 그 동안 국어과 수업은 그 방법과 전략 면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한편으로 전통적인 수업 방식도 계속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국어과 수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수업 형태와 방법, 교사-학습자의 역할 등을 중심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자꾸 수업 형태와 방법의 변화를 모색하라고만 말하는데(이 질문지도 은근히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음)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가장 훌륭한 수업은 선생님이 책과 분필 하나만을 들고 강의하셨던 경우였다. 모든 수업 형태에 최적의 수업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강의식 수업을 기피하는 것은 그것이 교사의 공력을 최대한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교사들이 그렇게 안 했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이 실패했던 것이다. 최선의 노력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수업 형태를 토론식으로 바꾸거나 CMC로 바꾸거나 달라질 게 없다. 다만 현상적으로 그럴 듯해 보일 뿐이다. 왜 수업 효율에서 강의식 수업이 높다고 나왔는가? 강의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교사가 열성을 다하고(그래야 했고…어쩌면 어쩔 수 없이….) 그것을 학생들이 집중했기 때문이다.
* 조사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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