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검진을 하고 나서 의사 선생님은 시신경이 많이 상했다고,녹내장 검사를 받아 보라고 진단을 내리셨다.
이크..... 드디어 올 게 왔다는 겐가?
검사 예약을 잡고 검사를 받는다. 덕분에 녹내장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녹내장 녹사를 맡은 나이 지긋한 원장님은
건안을 조금 하더니 아, 안 좋은데.....
이러시는 거다. 젠장, 그렇지 않아도 무지 신경 쓰이는데....
본격적인 검사는 '흠흠', '흠흠', '아-', '흠, 흠' 이렇게 지나갔고
이윽고 말씀을 하셨다.
녹내장은 아직 아니고
그런데 아니라고도 할 수 없고
그러니까 녹내장이 시작되었다고 볼 만한 단서도 좀 있는데
안압도 정상이고 신경도 정상이고
녹내장이라고 말할 객관적인 근거는 없어요.
녹내장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 치료할 것도 없고
오늘은 그냥 가세요.
그런데 내년에도 괜찮을지는 모르겠네
정기적으로 검사를 잘 받으세요.
이러시는 거다. 젠장, 그렇지 않아도 무지 신경 쓰이는데,
녹내장인 것도 아니고, 녹내장이 아닌 것도 아니고,
녹내장이 될 거라는 것도 아니고, 녹내장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아니고,
난, 완전히 말씀의 노예가 된 것이다.
저 말씀 여하에 따라 순식간에 환자(그렇지! 병원에 온 순간 모든 사람이 환자가 되었구나.)가 되기도 하고 환자에서 풀려나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말씀을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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